금융감독 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달 18일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은행들이 이달 들어 가계대출 창구 문을 다시 열긴 했지만 문턱은 크게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을 담보로 맡길 경우에도 주식투자 등의 목적이라면 대출이 거절되고 있다. 또 실수요 목적이라 하더라도 소득증빙 자료를 제대로 갖춰 가지 않는다면 은행들이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은행 뒤에 금융감독 당국이 버티고 서서 가급적 가계대출을 내주지 말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가계대출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해서다. 가계대출이 위험한 수준인지 아닌지는 크게 두 가지로 진단한다. 하나는 자산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를 따진다. 가계가 대출로 인해 빚이 많다 하더라도 자산이 이를 크게 웃돈다면 빚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개인부문(가계)의 금융자산은 금융부채보다 2.33배 많았다. 2007년 3분기 2.36배 이후 최고다. 이것만 봐선 가계부채 혹은 가계대출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국이나 전문가들이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소득과 비교해 부채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50%에 이른다. 1년반 동안 번 돈을 전부 털어넣어야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이 같은 수치는 미국 126%,일본 112%,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23%(이상 2009년 말) 등에 비해 상당히 높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1년 말엔 91.9%에 그쳤다. 최근 수년간 한국에선 소득은 크게 늘지 않는 반면 집값 급등으로 인해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 현재와 같은 지경에 이르게 됐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하는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는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하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지난해부터 한국은 소득 증가 속도가 경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분기별로 1.2%,1.3%,0.4%,0%,-0.1%(각각 전기 대비)였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1%,1.4%,0.6%,0.5%,1.3%에 하나같이 미치지 못한다. 수출은 늘고 있지만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국민의 지갑은 별로 불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2분기에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8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기준금리가 동결될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데다 향후 실물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에 하루 앞서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선 MB 정부의 친서민 기조와 균형재정이 어떻게 반영될지가 포인트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