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등 세계적 스타들이 참가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4일 막을 내린다. 근육으로 잘 다져진 몸매의 선수들이 발휘하는 초인적 운동 능력을 보고 있으면 이런 의문을 갖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운동능력은 타고난 것일까. " "치열하게 훈련하면 보통 사람도 이들처럼 될 수 있을까. "

결론부터 말하면 '운동을 잘하는 DNA'는 있다. 근육을 포함한 인체의 모든 조직은 세포로 이뤄져 있다. 세포의 기본은 세포핵 속의 DNA(deoxyribonucleic acid:디옥시리보 핵산)다. DNA는 뉴클레오티드(인산-당-염기 화합물)로 구성돼 있으며, 염기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4가지 종류가 있다.

아데닌-티민, 구아닌-시토신 등이 수소를 매개로 2개씩 쌍(페어)을 이뤄 교차로 결합해 DNA를 이중나선구조로 만든다. 이 쌍의 개수는 30억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을 잘할 수 있는 신경 · 근육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DNA 구조는 분명 다르다. '타고난 운동선수'라는 말이 가능한 이유다. DNA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전자(gene)'의 본체다. 유전자란 30억개의 쌍으로 길게 이어진 이중나선 사슬에서 의미를 갖는 부분(조각)을 말하며, 특정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갖고 있다. 유전자는 약 3만개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밝힌 게 바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다. 또 신경 · 근육 세포의 기본을 이루는 단백질은 DNA로부터 전사(복사)된 리보핵산(RNA)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선수들의 운동능력은 근육 조직과 신경 조직의 활동이 잘 맞아 떨어질 때 극대화된다. 예컨대 육상의 경우 팔다리의 근력은 물론 스피드,스타트 반응,심폐기능,평형감각 등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모두 신경체계에서 내리는 명령을 통해 수행된다. 뇌 등에서 내리는 다양한 신경 신호가 신속히 근육에 전달되고,근육이 이 신호를 빠르게 이해해야만 한다. 흔히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 원리의 다른 표현이다. 이런 능력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DNA의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다만 30억개의 사슬 가운데 어떤 부분이 달라서 이런 차이를 보이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