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업체다. 연 매출이 100억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 54개국 1만6000여개 매장을 찾는 이들이 매주 6000만명을 넘는다. 1980년대 중반 스타벅스의 평범한 직원이었던 하워드 슐츠 회장이 오늘의 스타벅스를 일군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스타벅스 프로젝트 전체를 미리 계획한 놀라운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닐까.

《리틀 벳》의 저자는 한 기업의 성공이 '최고경영자(CEO)의 비범한 능력'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생각에 머리를 가로젓는다. CEO가 세운 '커다랗고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작지만 혁신적인 실험들,즉 '리틀 벳(little bets)'의 손을 들어준다.

저자는 기업의 성공은 '어떤 아이디어를 찾아내 발전시키고 시험하기 위해 해봄직한 작은 시도들'이 쌓여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기존의 상투적인 계획과 통 큰 아이디어는 족쇄가 될 뿐"이라며 "실험과 실패를 통해 최선을 찾아가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스타벅스도 초창기 매장에 오페라 음악을 틀었고,바리스타에겐 나비넥타이를 매게 하는 등 수많은 아이디어를 시험해본 끝에 오늘의 역사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다.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구글 또한 한 판의 큰 도박 같은 구상에서 뚝딱 탄생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가 9000번이 넘는 실험과 실패 뒤에 나왔고,'악성' 베토벤의 음악이 수많은 실험적 작곡 끝에 빛을 봤듯이 말이다.

'토이 스토리' 등으로 쌓은 픽사의 명성도 '리틀 벳'의 결과로 풀이한다. 저자에 따르면 픽사 경영진은 온갖 실패와 잘못된 출발,문제점 등을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작업방식의 일부로 간주한다. '픽사의 교황' 에드 캣멀은 이 같은 픽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판에서 개판이 아닌 것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묘사했다. 개판에 가까운 스토리보드에서 출발해 개판이 아닌 수준에 이를 때까지 수많은 문제 해결의 과정을 거친다는 의미다.

"발견은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하기 위해 생각하기보다 생각할 수 있게 행동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