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구명정 제조업체 현대라이프보트(회장 진양곤 · 사진)가 유리강화섬유를 이용한 산업용 부품소재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유리강화섬유 플라스틱(GRP) 파이프를 인도 육상 플랜트 기지에 첫 출하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총 30억원어치의 GRP 파이프를 지멘스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이 회사가 개발한 GRP 파이프는 유리섬유 등 특수 재질의 원료를 몰드(각종 파이프를 생산하기 위한 틀)에 빠른 속도로 감고 가열 및 경화(굳히기)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를 '필라멘트 와인딩(filament winding) 공법'이라고 부른다. 이 회사는 GRP 파이프 개발을 위해 3년간 30억원을 투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차세대 복합소재인 유리섬유는 방탄철모에 사용될 만큼 내충격성과 내화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해상플랜트와 담수화 설비,석유화학 플랜트 설비 등 분야에서 사용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육상 플랜트부문에서 100억원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라이프보트는 내년엔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밸러스트(ballast) 수처리 설비의 핵심 소재인 유리강화섬유 에폭시(GRE) 파이프 양산에도 본격 나선다. 밸러스트 수처리는 선박의 평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해양수의 정화를 통해 바다 생태계 파괴를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수가 유입되는 배관의 재질에 따라 밸러스트 수처리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친환경적인 GRE 파이프가 세계 조선업계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선 생산업체가 전무해 전량을 미국 아메론(AMERON)사에 의존하고 있다. 회사 측은 국제 선급 승인을 거쳐 내년부터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최소 1000억원어치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가 유리강화섬유 부품소재 사업에 진출한 데는 유리섬유와 플라스틱을 혼합한 FRP 재질로 30년 이상 구명정을 만들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에서 비롯된다.

1975년 설립된 현대라이프보트는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극지방(ICE CLASS)용 구명정과 32인승,42인승 구명정 등을 국내 조선업체에 독점 공급하는 등 노르웨이의 샤트하딩(Schat-Harding)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구명정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700여대를 공급해 500억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진양곤 회장은 "내년에는 매출 1000억원대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