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대한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이 있다. 어떤 얘기를 먼저 하는 게 좋을까. 칭찬을 해 상대방의 기분을 누그러뜨린 뒤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게 낫지 않을까.

《관계의 본심》의 저자들은 칭찬을 먼저 하는 게 썩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칭찬을 들으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잠시 후 역행간섭 현상이 일어나 부정적 의견만 기억에 남게 되기 때문이다. 역행간섭은 새로운 정보가 이전에 학습한 정보를 방해하는 현상이다. 이와 달리 부정적 의견을 들으면 순향증강 효과가 생겨 우리의 기억력까지 실제로 향상된다고 한다. 부정적인 의견을 먼저 말한 다음 긍정적 의견을 전달하는 게 좋다는 결론이다. 비판을 들은 상대방이 주의를 집중해 칭찬을 들을 것이기 때문이란 얘기다.

이 책은 이렇듯 흔히 겪는 인간관계의 딜레마를 실험으로 검증,해결책까지 시원하게 제시해준다. 스물일곱 가지 실험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처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을 검증하고, 행동심리학과 인지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적절한 행동지침을 알려주는 것.

칭찬과 비판 성격 팀빌딩 감정 설득 등 인간관계의 범주를 다섯 가지로 나눠 서술했다. 또 18개의 키워드를 뽑아 '겸손의 미덕''긍정의 힘' 등 막연하게 알고 있는 통념들을 검증하고 인간관계가 어떤 원초적 감정들로 움직이는지 밝혔다.

문영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이관민 성균관대 인터렉션사이언스과 교수,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 국내 학자들이 실험에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직장에서 겸손해 보이고 싶어하면서도 일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이 꽤 많다. 겸손은 예부터 높이 평가받는 미덕이고, 능력은 보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처신하는 게 이로울까. 저자들은 '서로 칭찬하는 관계'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겸손한 태도는 능력을 평가받을 때 불리할 수 있고,과도한 자기 홍보는 호감을 깎아내릴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칭찬을 통해 호감과 능력에 대한 믿음을 함께 끌어올리는 게 효과적이란 얘기다.

성격이 아주 다른 상사와는 어떻게 생활하는 게 좋을까. 저자들은 아부의 효과가 그만이라고 조언한다. 상사의 성격에 맞춰주며 호감을 사야 평화로운 직장생활이 보장된다는 것.아부는 능력 없음을 드러내는 게 아니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확실한 사회적 전략이라는 저자들의 주장이 재미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