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홍보실장이 최근 회사 블로그에 'PC는 어디로 가는가'란 글을 올렸다. 콘텐츠 생산에는 여전히 PC가 최고고,콘텐츠 소비용으로도 태블릿보다 낫다는 게 글의 요지다. 그가 이런 글을 쓴 것은 30년 전,IBM PC 개발에 참여했던 엔지니어가 최근 "PC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 데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포스트 PC'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포스트 PC 논쟁은 스티븐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아이패드를 공개하며 "포스트 PC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잡스는 농경사회에서는 트럭(PC)이 필요했지만 도시사회에서는 승용차(포스트PC)가 필요하다는 비유로 변화를 설명했다. 그러자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발끈하고 나섰다. PC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 나갈 것이라고 반박한 것.

◆애플 · 구글이 주도하는 '탈PC'

최근의 '포스트 PC' 논쟁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HP가 하드웨어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촉발됐다. 구글이 모바일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것이나 HP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PC가 나온 지는 IBM PC 기준으로도 30년이 됐다. PC는 인터넷 시대에 이어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포스트 PC'는 특정 디바이스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컴퓨팅 환경 변화에 따른 디바이스 변화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나오면서 컴퓨팅 환경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제는 이동 중에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여야 하고 다양한 디바이스에 저장된 데이터나 콘텐츠를 어느 디바이스에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포스트 PC 선도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내놔 모바일 인터넷을 활성화했고,2010년 아이패드를 발매해 포스트 PC 시대를 알렸다. 또 맥 컴퓨터 운영체제(OS) 기능을 아이폰 · 패드에 도입하는 한편 아이폰 · 패드의 터치 기능 등을 맥 OS에 적용했다. '아이클라우드'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내놔 아이폰 · 패드와 맥 컴퓨터 간 데이터 동기화를 편리하게 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아이폰-안드로이드폰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여기에 종래 클라우드 방식(데이터와 프로그램을 서버에 저장해놓고 어떤 디바이스로든 접속해 이용하게 하는 것)으로 제공해온 G메일 구글닥스 구글플러스 등의 서비스를 결합해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크롬북'이라는 전면 클라우드 방식의 노트북을 내놓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삼성의 돌파구는?

애플과 구글을 비교하면 플랫폼에서 애플이 강하다. 애플은 확실한 컴퓨터 OS(OS X)와 모바일 OS(iOS)를 갖췄고 아이튠즈-앱스토어-아이북스를 결합한 커다란 사이버 장터도 구축했다. 구글도 모바일 OS(안드로이드)와 컴퓨터 OS(크롬)를 갖췄지만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에 관한 한 구글이 앞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포스트 PC'란 용어를 부인하지만 컴퓨팅 환경 변화에 나름대로 대처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OS로 윈도폰7을 내놓았고 '애저'란 이름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약하다. 동작인식 게임기 '키넥트'를 제외하곤 내세울 게 없다. 다음달엔 윈도8을 컴퓨터 · 태블릿 겸용으로 내놓을 예정이지만 발매 시점은 빨라야 내년 가을로 예상된다.

포스트 PC 경쟁이 하드웨어,플랫폼,서비스를 결합하는 형태로 진행되면서 하드웨어 최강자 삼성전자도 고민에 빠졌다. 플랫폼과 서비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자체 플랫폼 '바다'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고 서비스나 콘텐츠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여서 어떡하든 돌파구를 찾아야 할 입장이다. 포스트 PC 시대는 글로벌 IT 강자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