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방주에 동물을 몇 마리씩 실었을까. '대다수 사람들은 문제를 듣자마자 "두 마리"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방주에 동물을 실은 이는 모세가 아니라 노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정보를 대충 얼버무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은 시간을 내 꼼꼼히 분석하지 않고 즉각 판단해 처리한다. 인지과학자들이 '모세의 착각'이라고 부르는 이런 판단 오해로 인해 때로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의 판단과 선택의 대부분을 무의식에 맡긴다. 보통 하루에 150번가량 선택하며 산다고 하는데 기억하는 것은 거의 없기 십상이다. 태곳적부터 몸에 배고 뇌에 각인된 이 '정신적 지름길'은 본능 같은 것이어서 자국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이런 습관화된 정신적 지름길이 많다. 인지과학자들이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하는 것들이다.

《위험한 생각습관 20》은 휴리스틱, 즉 본능에 가까운 무의식적 생각습관을 20가지로 분류해 소개한 책이다. 무의식적 선택이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다양한 실험 사례를 제시하며 재미있게 얘기한다.

휴리스틱은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결정과 선택의 미로를 헤쳐나가는 데 유용하다. 판단이 즉각적이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량도 적다. 그러나 종종 불완전하고 비이성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모세의 착각'에서 작동한 '유창함 휴리스틱(fiuency heuristic)'이 경제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수긍하기 어렵지만 회사 이름이 읽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들이 그 회사를 더 높게 평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반면 똑같은 껌이나 과자일지라도 포장과 디자인 형태가 낯설고 인지하기 어려우면 가치가 덜한 것으로 판단해 버린다는 연구도 있다. 발음하기 어려운 롤러코스터란 이름에서는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겨주는 등 발음 하나도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삶은 본능에 가까운 휴리스틱 사고를 요구하지만 그게 종종 위험을 불러오기도 한다"며 "어떤 종류의 사고가 당면한 난제에 가장 어울리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