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모토로라를 전격 인수하면서 모바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애플과 구글의 전면전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OS)와 함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직접 개발한 반면 구글은 모바일 기기용 OS만 제공해왔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삼성 HTC LG 모토로라 등이 만들었다. 앞으로는 구글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OS를 공급하면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도 만든다.

첫 번째 관심사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그동안 모토로라는 삼성 HTC와 더불어 '안드로이드 3총사'로 활약했다. 모토로라는 진작부터 '안드로이드 올인'을 선언하고 이 진영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구글이 이런 모토로라를 가족으로 끌어들였으니 상황이 복잡해졌다. 구글은 일단 모토로라를 별개 회사로 운영하기로 했다.

구글의 이 같은 결정은 당연해 보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파트너 중 하나를 인수한 만큼 삼성 LG HTC 등 나머지 파트너들은 차별 대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 애플에 맞서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결속력이 약해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구글로서는 모토로라를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딴집 살림을 하게 함으로써 파트너들을 안심시키는 쪽을 택했다.

두 번째 관심사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배경이다. 통신기술 특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동안 애플은 모토로라 HTC 삼성 등 안드로이드 3총사를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하며 괴롭혀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리더이면서도 이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캐나다 노텔의 특허 경매에서 애플-마이크로소프트 컨소시엄에 패해 위기에 처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통신 기술과 특허를 단숨에 손에 넣었다. 모토로라가 보유한 통신 관련 특허는 1만7000여건에 달한다. 모토로라는 미국 통신장비의 산증인이자 휴대폰을 맨 먼저 시판한 기업이다.

모토로라는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모바일 기기에 매진해 기반을 다졌지만 재무구조는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삼성이나 HTC와 달리 시장점유율을 높이지도 못한 채 후발주자들에게 쫓기고 있다.

세 번째 관심사는 휴대폰 시장의 판도 변화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됐다. 애플은 여전히 혼자서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OS 공급사인 구글을 중심으로 삼성 HTC LG 모토로라 등이 진을 치고 있는데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함에 따라 분위기가 묘해졌다. 삼성으로서도 안드로이드만 믿을 수는 없게 됐다.

변수는 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 연합이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에 올인한 상태이고,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폰7에 이어 망고와 탱고를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윈도폰7을 탑재한 폰은 삼성 LG HTC 등이 생산하고 있으나 점유율은 미미하다. 노키아가 가세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문제는 OS 경쟁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력 있는 모바일 OS를 공급해주느냐가 관건이다.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해주겠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삼성 LG HTC 등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력 있는 모바일 OS를 공급해주기만 하면 윈도폰 진영으로 나머지 발도 옮길 수 있다. 판도는 구글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