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사소한 것들을 기억해 내는 데 사람들이 허비하는 시간은 1년 365일 중 40일에 달한다. 두뇌의 노화 때문이 아니다. 요즘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은 전날 먹은 점심 메뉴가 뭔지 기억을 못하고,친한 사람의 전화번호조차 기억해내지 못하는 등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다.

건망증이 심했던 20대의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조슈아 포어는 2005년부터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의 기억술이자 '기억의 궁전'으로 불리는 2500년 정통의 기억술로 하루 1시간 남짓,1년간 훈련한 것.그 결과 2006년 미국 메모리 챔피언십 우승자가 됐다. 스피드 카드 종목에서는 미국 신기록을 세웠다.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이 그 기록이다.

저자가 터득한 기억술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 키오스의 시인 시모니데스가 발견했다. 기억할 내용을 재미있고 기발하고 외설스러운 이미지로 만들어 가상의 공간에 배치해 놓고 떠올리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아테네의 정치가 테미스토클레스는 2만명이나 되는 아테네 시민의 이름을 외웠고,15세기 이탈리아 법학자 라벤나의 피터는 기억의 궁전 1만개를 지어 판례 2만건,오비디우스가 쓴 글 1000건,키케로 연설과 격언 200건,성경 1000절 등 수많은 고전을 외웠다. 포어는 "모든 사건을 다른 사건과 연관지어 많은 것을 기억하게 되면 인생은 재미있는 일로 가득하고 매사가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고수를 만나 비법을 전해 받고,스펀지처럼 무공을 흡수해 내공을 쌓은 뒤 경쟁자들과 최후의 대결을 펼친 1년간의 체험담은 흡사 무협지를 연상시킨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