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사터 쌍사자석등은 병풍처럼 둘러진 황매산의 눈부신 화강암 골산과 환상적으로 어울린다. 비록 영암사는 폐사지가 됐지만 쌍사자석등이 있으므로 해서 조금도 쓸쓸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화려한 폐사지란 느낌을 줄 정도다. '

경남 합천의 영암사터에 가본 이라면 '화려한 폐사지'란 말에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쓸쓸하고 황량할 것 같은 폐사지의 분위기를 화려하게 반전시키는 주인공은 쌍사자석등이다. 특히 모산재 암봉 뒤로 넘어가는 석양에 쌍사자석등이 불그스레 물들 때의 영암사터는 가장 정감 있는 폐사지란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다.

《유홍준의 국보순례》는 우리 문화재의 매력을 오롯이 드러내는 해설이 돋보이는 책이다. 유물 종류에 따라 그림 · 글씨,공예 · 도자,조각 · 건축,해외 한국문화재로 나눠 실었다. '국보순례'지만 나라가 지정한 국보와 보물만이 아니라 저자가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유물을 망라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