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시대다. 모든 것이 경영으로 이뤄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기업과 국가 경영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미래를 설계하고,시간과 열정을 쏟는 인생경영까지 경영에 따라 성과가 좌우된다. 경영은 이제 경제는 물론 개인 삶의 추진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그 어떤 조직이나 활동도 경영의 영역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경영이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금은 주류 학문이 됐지만 경영이라는 행위가 인류의 탄생부터 쭉 존재해 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경영학의 역사가 짧다는 사실은 분명 아이러니다.

《경영의 진화》는 100여년 전 즉 20세기 초 현대 경영학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의 경영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인 스튜어트 크레이너는 영국 출신의 저명한 비즈니스 및 기업경영 저술가로,컨설팅회사 선탑미디어의 창립자다. 송일 한국외대 교수의 감수를 거쳤다.

이 책은 지난 100년 동안의 경영적 사고와 실천을 가능하게 한 역사적 흐름을 압축해 제시하고 있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부터 앙리 페욜의 기능적 경영론,제임스 챔피와 마이클 해머의 리엔지니어링,그리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경영모델에 이르기까지 경영의 발달과정을 핵심 위주로 정리하고 있다.

10년을 하나의 단위로 하는 연대기 순으로 꾸민 점도 흥미롭다. 그 시대의 특징과 내용을 심도있게 전달하기 위한 구성이다. 각 장의 끝부분에는 10년의 기간 동안 기업과 이론의 세계 양쪽 모두에서 토의됐던 의미있는 사건들의 시간표도 붙였다. 당시를 풍미했던 사건,사고와 시대적 의의 등을 집중적으로 재조명해 체계적인 지식을 쌓도록 돕는다.

저자는 "거의 대부분의 경영이론들은 그 수명이 제한돼 있다"고 말한다. 1900~1910년대 경영이론의 선구자인 테일러가 주장한 과학적 관리에서는 관리의 업무를 '측정'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테일러의 이론 세계에서 경영자 또는 관리자는 단순한 감독관,기록자,보고자로서 결정을 내리도록 정보를 수집하고 측정된 것을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는 계급질서에서 새로운 계층인 중간관리자층을 형성했고,업무의 효율성에만 매달렸던 테일러는 오히려 비즈니스 효율성과 의사 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대한 장벽 하나를 만들게 됐다.

리엔지니어링은 경영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기업을 가장 잘 조직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까다로운 이슈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 기능 라인보다는 과정에 따라 조직을 성장시켰다. 그 덕택에 기능 조직에 내재해 있던 경직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줬다. 문제는 리엔지니어링이 조직의 경직성을 다른 형태로 대치시켰다는 것이다. 조직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물론 인간주의적 경영 등 생명력을 이어온 흐름들도 존재한다. 저자는 "경영에 있어 본질적이며 궁극적인 해답은 없다. 다만 끝없는 질문이 있을 따름"이라고 강조한다.

경영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기술적 수준,노동력의 기대치,그리고 경쟁자의 활동이 변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를 형성하는 역학적 구조도 이런 요인들에 대응하면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따라서 부단히 지식을 업데이트하고,사용해온 개념적 도구를 바꿔줘야만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유능함의 표본으로 여겼던 이론을 전면 거부해야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같이 말한다. "50세의 변호사라면 편안한 의자에 기대앉아 자기 직업의 근본 원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것이다. 이따금씩 필요한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일이 좀 귀찮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경영자들에게는 그런 사치를 즐길 시간이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일자리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경영은 변화와 끊임없는 발전을 요구하므로 숨을 곳이 없다. 끊임없이 지식을 업데이트해야만 한다. "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