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사촌인 흙과 나뭇잎이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났다. 흙은 비가 두렵고 나뭇잎은 바람이 두려웠다. 둘은 서로 도와주기로 했다. 비가 오면 잎이 흙 위에 앉아 비를 막아주고 흙은 나뭇잎을 눌러 바람을 막았다. 이렇게 두 친구는 무사히 순례를 마칠 수 있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어려운 이를 도우며 헌신하다 지난해 1월 선종한 고(故) 이태석 신부가 2005년 초 강론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이 신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비워 가난해지면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사랑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면 힘은 들지만 상상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이 가득차게 된다"고 강조한다.

《당신의 이름은 사랑》은 이 신부가 2004~2008년 남수단 톤즈에서 했던 미사강론을 엮은 유고 강론집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고인의 헌신적 삶에 감동한 이라면 이 책에서는 그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나병 환자들은 뜨거운 것,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는 감각신경 마비를 보완이라도 하듯 보통 사람보다 수십 배나 민감한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신적 · 영적인 나병입니다. 영적인 나병은 어떤 것을 사랑으로 느껴야 하는 데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을 보고도 찔리는 게 없는 상태 말입니다. "

책에는 왜 우리가 이웃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독교적 가르침과 고인의 생각 및 체험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강론마다 감동을 주고 양심을 '찔리게' 하는 그의 이름은 '사랑'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