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과에 다니면서도 대학을 다니는 내내 찬바람만 불면 신춘문예 열병을 앓던 나는 소설가가 되어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짧은 한 편의 시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자신이 없었다. "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의 지식인,글 잘 쓰는 과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의 꿈 이야기다. 최 교수는 《과학자의 서재》를 통해 서울에 살면서도 마음은 늘 고향 강릉의 자연을 그리워했던 유년기,공부보다는 문학과 미술에 심취했던 청소년기,뒤늦게 생물학에 매력을 느끼고 공부에 매진해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한 청장년기의 모습을 펼쳐 보인다.

시인과 조각가의 꿈을 키우다 과학자가 된 그는 젊은 세대가 흔히 겪는 방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방황은 실패가 아니며 '나답게 사는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문 · 이과 구별이 뚜렷한 한국 문화에서 '글 잘 쓰는 과학자'가 되는 건 흔치 않은 일.그는 "어릴 적 독서 경험과 문예반 활동,미국 유학 시절의 글쓰기 훈련 등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며 "글 쓰는 과학자로 살고 있기에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동화전집을 읽고 난 후부터는 세상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졌고,당연히 행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학교 생활을 할 때는 물론이고 뛰놀 곳 천지인 시골에서도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 "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