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질주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이 되고 지난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애플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화려한 제품군과 아이튠즈-앱스토어-아이북스로 탄탄한 독자 생태계를 구축했다면 난공불락(難攻不落)이 아니냐는 얘기다.

◆스티브 잡스가 떠난 뒤에는?

애플이 10년에 걸쳐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다. 혁신적 기업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는 만큼 애플의 독주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IT 업계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위기는 절정기에 시작된다"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IBM이 그랬고,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고,노키아도 그랬다.

노키아의 경우 아이폰이 나오기 전만 해도 철옹성처럼 보였다.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한때 40%를 웃돌았고 영업이익률도 20%대에서 고공비행을 했다. 그랬던 노키아가 지난 2분기에 적자를 기록했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에 밀려 단숨에 3위로 내려앉았다.

애플의 아킬레스건은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건강 악화다. 잡스는 지난 1월 두 번째 병가를 내고 암 투병 중이다. 6개월 만에 복귀했던 2009년 병가 때와는 달리 7월 하순인 지금까지 복귀 얘기가 없다. 애플 신화의 원동력이 잡스의 통찰력과 집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잡스가 떠난 뒤에도 애플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글-MS 진영,격렬한 반격 나설듯

애플이 전 세계 폰 메이커,PC 메이커들의 공적이 됐다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연합군'과 '마이크로소프트 연합군'의 협공을 받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진영에는 삼성 HTC 모토로라에 이어 LG 소니에릭슨 등이 가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와 '마노(MaNo) 전선'을 구축했다.

안드로이드 연합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성과를 거뒀다. 안드로이드폰은 '아이폰 대항마'로 자리를 굳혔고,삼성 HTC 모토로라는 '안드로이드 삼총사'로 불릴 정도로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태블릿 시장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작년 4월 아이패드가 나온 후 100종이 넘는 태블릿 신제품을 무더기로 쏟아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연합군은 연내에 윈도폰7.5(망고)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세계 최대 폰 메이커 노키아는 자체 플랫폼 심비안을 포기한 채 '윈도폰 올인' 모드로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 LG HTC 등도 윈도폰7을 탑재한 폰을 개발해 팔고 있다.

태블릿 이후에 펼쳐질 전선이 만만치 않은 것도 애플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에 이어 스마트TV까지 영역을 넓히고 싶어한다. 4년 전부터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로 시장을 공략했으나 아이폰만큼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다. 오랫동안 TV시장의 패권을 다퉈온 삼성 LG 소니 등이 만만찮은 힘을 갖고 있고 구글까지 끼어들어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다.

IT 세상은 한 치 앞을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역동적으로 변한다. 모바일에 이어 소셜 서비스,로컬 서비스,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소비자가 환호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애플 천하가 계속되느냐,누군가 애플을 극복하느냐도 모두 여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김광현의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