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오모리(靑森)현은 본토인 혼슈(本州)의 최북단에 있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스키어들로 붐빈다. 여름인 7월에도 낮 기온이 섭씨 20도 안팎으로 서늘하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온 아오리 사과의 원조가 아오모리 사과일 정도로 일본 최대 사과 산지다.

◆오대산과 계룡산을 합쳐 놓은 계곡

아오모리현 남부에 있는 도와다시(市).도와다 하치만타이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푸른 숲'이란 뜻인 아오모리의 지명을 실감한다.

입구인 야케야마에서 정상인 도와다 호수까지 14㎞에 이르는 오이라세 계류(계곡 물)를 따라 올라가면 청정한 자연 속에 담긴 태고의 신비감이 눈과 귀,코를 감싼다. 이낀 낀 돌과 수백년 된 칠엽수 계수나무 삼나무를 비롯해 길고 짧고,좁고 넓은 폭포 14개가 쉬지 않고 나타난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여울이 많아진다고 해서 붙여진 오이라세(奧入瀨)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곳의 백미는 급류다.

새벽녘 폭포수 같은 급류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숙소인 오이라세호텔에서 나와 계곡 옆 오솔길을 따라 이시게도까지 왕복 8㎞를 걸었다. 메이지시대의 여행 작가인 오마치 게이게쓰가 "깊은 적막을 깨는 장관이 어느 곳에 비할 바 없다"고 노래했다는 감동이 느껴진다. 우리나라로 치면 오대산의 적막감과 계룡산의 냉골 계곡을 합쳐 놓은 느낌이다.

오이라세 계류는 9월 하순부터 11월 초순까지 가을 단풍을 완상하려는 관광객들로,한국의 내장산만큼 붐빈다고 한다. 오이라세호텔에선 아오모리 고산지역에서 방목한 소의 최상급 부위를 요리한 돌구이정식이 군침을 돌게 한다. 호텔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숲속의 노천온천 야에코코노에노유에 몸을 담그면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온천의 천국인 일본에서 고마키온천은 아오모리현을 대표하는 온천료칸(旅館 · 일본식 전통 여관)이다. 피부미용에 탁월한 알칼리 성분이 많아 탕에 들어가면 미끌미끌한 느낌이다. 미사와 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어시장 즉석구이 · 회덮밥

해외여행 중에 전통시장에 가보는 것은 행운이다.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백화점보다 사람 냄새가 물씬 묻어나서다. 아오모리현 동쪽 어촌 도시인 하치노헤의 무쓰미나토 아침 어시장에는 막 건져올린 어패류를 사려는 주부들로 붐빈다. 직접 먹어보고 싶다면 우리의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핫쇼쿠센터로 이동하면 된다. 가리비조개,새우,장어,오징어,멍게,털게 등을 산 뒤 즉석에서 화덕에 굽거나 날로 먹을 수 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먹다보면 일본 청주인 사케가 생각난다.

하치노헤에는 명주로 손꼽히는 오토코야마(男山) 사케를 만드는 하치노헤주조가 있다. 1775년 창업해 8대째 사케를 생산하고 있다는 이 양조장의 고마이 쇼자브로 씨(65)는 "사케의 맛은 도정한 쌀과 누룩,효모의 적절한 배합에 있다"며 연방 나마자케(生酒 · 가열하지 않아 효모가 많은 사케)를 권한다.

아오모리 시내에 있는 후루카와 어시장에서 공기밥을 산 뒤 취향에 맞춰 회나 젓갈,반찬을 얹어 먹는 놋케동(일종의 회덮밥)도 1000엔(1만3000원)짜리 쿠폰이면 충분하다.

◆히로사키 공원과 미술관 투어

아오모리현에서 서부 내륙에 있는 히로사키는 사과와 벚꽃으로 유명하다. 일본 제일의 벚꽃 명소로 알려진 히로사키성(城) 공원은 봄에는 2600그루의 수양벚꽃나무 등이,가을에는 1000그루의 단풍나무가 자태를 뽐내는 곳이다.

소도시인 도와다에 있는 현대미술관을 관람할 만하다. 한국인 최정화 씨가 만든 꽃 모양의 말 조각이 미술관 입구에서 입장객을 맞는다. 오스트리아 론 무에크가 실리콘으로 실제 사람처럼 만든 높이 4m의 '서 있는 여인'이 인상적이다. 아오모리현립미술관에서는 나라 요시토모의 개 조각상(아오모리켄)과 유대계 프랑스 화가인 샤갈이 발레의 무대배경 그림으로 그렸던 작품 3점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아오모리 부두의 네부타 와랏세는 일본 3대 등불축제의 하나인 네부타에 쓰인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네부타는 아오모리시에서 매년 8월2~ 7일 열린다.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색색의 한지를 붙여 네부타라는 무사인형 등불을 만들어 시내를 행진한다.

■ 여행팁

비행기로 2시간 걸리는 인천~아오모리 직항편은 1주일에 월 · 수 · 금 · 일요일 네 번 있었다. 하지만 올 3월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의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한항공 직항편이 중단됐다. 요즘 가려면 김포공항~하네다 직항편을 이용한 뒤 다시 아오모리 또는 미사와공항으로 가는 일본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하네다에서 아오모리까지는 1시간15분 걸린다.

하나투어는 17일 전세기를 띄워 3박4일간 아오모리 투어를 하는 여행패키지를 69만9000원과 79만9000원에 판매했다. 현재 아오모리현 측은 대한항공과 한국 관계당국에 인천~아오모리 항공편을 조속히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찜찜해하는 방사능 오염과 관련,미무라 신고(三村申吾 · 55) 아오모리현 지사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 남쪽의 도쿄는 300㎞,북쪽의 아오모리는 400㎞나 떨어져 있어 방사능 피해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3월14일~7월5일 아오모리현의 방사선량은 0.050(마이크로시버트/시간)이며 이는 한국의 지난해 평균 0.107보다 낮다.

아오모리=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