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찾사' 폐지 9개월…공채 개그맨들 뭐하고 지내나 봤더니
'웅이 아버지' '왜이래' '보톡스오빠' 등 유명 코너로 사랑받았던 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가 폐지된지 약 9개월.

SBS 개그맨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당장 꺼져요!"라고 소리지르는 여성에게 "난 촛불처럼 후~ 불어야 꺼져요"라며 아지랑이 춤을 추며 약을 올리던 '보톡스 오빠' 정민규를 기억하는가.

여성들을 자지러지게 할만큼 느끼한 매력을 풍기던 SBS 공채 7기 개그맨 정민규를 만나봤다.

마치 보톡스를 방금 맞은 것처럼 빵빵한 두 볼과 곱슬머리가 마스코트였던 정민규는 못본 사이 볼살이 약간 빠지고 바가지 머리도 단정하게 탈피해 있었다.

외모는 조금 평범(?)해졌지만 선동열+장미란+임채무+올밴+김을동을 합쳐놓은 듯한 얼굴과 재치넘치는 말투는 여전했다.

정민규는 "대학로에 4개 웃찾사 공연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1개만 남아있는 상태에요. 다들 '웃찾사'가 재개되기만 바라면서 코너도 짜고 공연도 하면서 힘들게 지내고 있어요"라고 근황을 밝혔다.

그나마 정민규는 메인 코너를 맡았던 이력이 있어서 현재 한국경제TV '소상공인닥터'에도 출연을 하고 행사의뢰도 들어오지만 인지도가 없는 후배 개그맨들 같은 경우는 생계유지가 안돼 개그계를 떠난 사람들이 많다고 귀뜸했다.

이어 "미용기술을 배워서 미용사가 된 후배도 있고 고향 시골마을로 내려간 친구도 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돌잡이 사회를 보는 경우는 흔하죠"

정민규는 '웃찾사'가 한창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던 시절 일명 '노예계약'파문이 일면서 이미지가 쇄락한 것을 SBS 개그프로그램의 몰락 시점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후 한자릿수 시청률을 면치 못하던 '웃찾사'는 지난 2010년 10월 방송을 끝으로 프로그램 문을 내렸다.

그나마 "'웃찾사'는 공연장에서 보면 더 웃기다더라"라는 입소문탓에 아직도 대학로 공연장에는 주말에 반이상 관객이 들어차는 게 그나마 개그맨들에게는 힘이 된다. 그러나 지난 겨울엔 히터난방도 없이 공연을 하느라 입김을 내뿜으며 연기를 하기도 했다.
'웃찾사' 폐지 9개월…공채 개그맨들 뭐하고 지내나 봤더니
"요즘엔 지하철 타고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는데 얼마전 부산 한 식당에서 어떤 분이 아는체를 해주시더라구요. 너무 기뻐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렸죠. 근데 '정성호씨 아니세요! 싸인해주세요'하시는거에요. 그래서 웃으면서 '네 '개그야'(MBC 개그프로그램) 많이 사랑해주세요'하면서 '정성호♡'라고 싸인해드렸어요"라며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웃겼지만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막막한 앞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SBS 개그맨들이 다시 방송 무대에 오를 날을 기다려본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사진 임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