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삼보컴퓨터가 스마트폰과 제로클라이언트 사업에 뛰어든다. 전통적인 PC사업만으로는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손종문 TG삼보컴퓨터 사장은 11일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조정,스마트폰과 제로클라이언트 사업 등을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PC사업은 전통적으로 여름이 비수기인 데다 경기에 민감해 경영의 안정성을 꾀하기 어렵다"며 "연말까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세부 전략을 짠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도 틈새시장 있다"

삼성 LG 애플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철저하게 틈새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중소 업체들이 소규모 물량을 주문하더라도 해당 업체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사후관리도 완벽하게 해준다는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는 공공부문 조달시장이나 중소 업체용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겠다는 것.손 사장은 "몇 백대를 공급하면서 업체마다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깔아주고 24시간 서비스를 해주는 대기업은 없다"며 "특화한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동시에 스마트폰-제로클라이언트-태블릿PC-노트북 등을 묶는 토털 솔루션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종전처럼 특정 회사에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사원들에겐 노트북과 스마트폰 △사내 근무가 많은 직원들에겐 제로클라이언트나 데스크톱 등을 선별 제공하는 방식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기업 전체 장비를 관리할 수 있고 일괄 수주에 따라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사장은 신규 생산라인을 짓기보다는 중국 등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폰을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보도 나름대로 괜찮은 PC 제조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틈새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 개발 능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은 "글쎄…"

TG삼보는 2005년 법정관리 선언 이후 2007년 셋톱박스 제조사 셀런에 인수됐지만 대주주 횡령과 신규 사업 진출 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00년 4조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2890억원으로 급감했고 2005년 이후 매년 적자를 냈다.

지난해 4월 채권단이 선임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손 사장은 부실사업 부문 정리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지난 1분기 영업수지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손 사장은 2000년부터 셀런에서 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가 2008년 미국 TG삼보컴퓨터 최고기술경영자(CTO)-2009년 TG삼보컴퓨터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삼보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대해 시장에서는 그다지 미덥지 않다는 기류도 있다. 과거 내비게이션,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가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기 때문이다. 중견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얼마든지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지만 시장 리스크가 워낙 커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며 "얼마나 최적화한 서비스를 시장별로 제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제로클라이언트

zero client.CPU(중앙연산장치),메모리 등 필수적인 장치만 탑재한 신클라이언트와 달리 부품 없이 네트워크 접속과 모니터 키보드 등의 주변기기 지원만 가능한 단말기다. 업무를 서버단에서 실행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요구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