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실망하지 않습니다. 내년에 또 도전하겠습니다. "

9일(현지시간) '2011 이매진컵'이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의 메리어트 마퀴스호텔.한국대표로 출전한 'FLC'팀의 신인식 씨(세종대 컴퓨터 소프트웨어과)는 본선 탈락 소식을 접한 뒤 입술을 깨물었다. FLC팀은 가난과 기아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후원자 그룹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솔루션 '드림허브'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세부 실행 방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심사위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린 끝에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IT(정보기술)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아킬레스 건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신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무대의 벽을 실감했지만 실력을 더 배양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73개국 500명 경합

지난 8일 개막한 '2011 이매진컵'은 'IT 월드컵'으로 불리는 글로벌 이벤트로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총 9개로 나눠진 경쟁 부문에 전 세계 183개국 35만3000여명의 학생들이 국가 및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는 73개국 128개팀,약 500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3개 부문에 4개팀이 진출했다.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에서는 FLC팀이 드림허브를 발표했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장비를 제작하는 임베디드 개발 부문에서는 '링크유어패션'팀이 참가했다. 이 팀도 본선에서 탈락했지만 물 부족 현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수자원 모니터링을 돕는 장비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한국은 이제 2개 팀이 본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윈도폰7 앱개발 부문에 진출한 '홈런'팀은 가족 간 소통을 늘릴 수 있는 메신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지피지기'팀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회적 이슈를 지도로 시각화해 시민들의 구호활동이나 지원 등을 유도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들고 참가했다.

서진호 한국MS 개발자플랫폼사업부장은 "한국 학생들의 소프트웨어 제작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이 있기에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라"

개막식에 나선 연사들은 이 대회가 단순한 IT 경연대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라"는 것이 대회 슬로건.

기조연설을 맡은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가 대세인 IT 분야는 앞으로 더욱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기회를 갖고 있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회 취지에 맞게 이날 각 팀은 전 세계 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대거 선보였다. 우간다의 'Quest0(퀘스트제로)'팀은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유형을 분석해 지역별 대응을 가능케 하는 'CRIMEX(크라이멕스)'라는 소프트웨어를 내놨다. 싱가포르의 'ElderGuardian(엘더가디안)'팀은 키넥트를 이용해 중풍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프로그램 'ERSS'를 선보여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 이매진컵

imagine cup.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 16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여는 소프트웨어 경진대회.공익적인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난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라"다.


뉴욕=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