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후임으로 낯선 이름이 하나 거론됐다. '셰릴 샌드버그(42 · 사진).'

그는 워싱턴 정가의 유명 인사도 월가의 최고경영자(CEO)나 이름있는 경제학자도 아니다. 벤처기업이라 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2인자(최고운영책임자 · COO)일 뿐이다. 샌드버그가 재무장관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지만 그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가장 가치있는 친구"라고 평가했고,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미래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성장의 안내자

저커버그는 "샌드버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초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은 유망한 벤처기업 중 하나였을 뿐이다. 지속가능한 사업모델도 없었다. 기업문화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CEO인 저커버그가 '오만한 컴퓨터광이 인간관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조소 어린 평가를 받을 때였다.

저커버그는 구글에서 일하던 샌드버그를 영입해 COO직을 맡기고 한 달간 해외여행을 떠났다. 비즈니스위크는 "저커버그가 여행하는 동안 샌드버그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구축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이 개발한 '소셜광고'가 그것이다.

샌드버그는 또 대형 광고주들과 언론과의 관계 개선,글로벌 진출 전략 수립,인재 영입 등도 도맡았다.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회장은 "페이스북에 대한 수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저커버그와 샌드버그의 조합은 이를 모두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27세 청년 저커버그의 천재적 발상과 개발능력,42세 여성인 2인자 샌드버그의 소프트 리더십'이 페이스북 성공의 비결이었다는 얘기다. 비즈니스위크는 샌드버그에 대해 "불가사의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동료들의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래리 서머스의 수제자

구글의 젊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도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에릭 슈미트도 마찬가지 역할을 했다. 슈미트는 "나는 구글의 포수 역할을 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이런 슈미트가 고위 간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구글로 영입한 인물 중 한 명이 샌드버그였다.

샌드버그는 이후 구글의 엔지니어 중심 문화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구글을 떠났다.

샌드버그는 원래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수제자다. 뛰어난 실력으로 하버드대 학생 시절 경제학과 교수였던 서머스의 눈에 띈 것이 계기가 됐다. 서머스는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로 임명되자 샌드버그를 특별보좌관으로 데리고 갔다. 재무장관 시절에도 수석보좌관을 맡겼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