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당시 생생한 증언이 언론에 공개됐다. AP통신은 3일(현지 시간) 일본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원전 근무자의 진술 및 사고 발생 이후 작성된 문건들을 토대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원전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터빈 이상인 줄만 알았는데..
3월 11일 금요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2호기에서 처음 진동이 감지됐을 때 이날 근무자였던 고노 히로유키는 터빈에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호기는 곧 덜컹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건물의 천장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이렌이 울리자 히로유키는 동료 2명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와 인근의 고지대로 급히 대피했다. 이들이 피신하는 동안 원전에서는 이미 검은 기둥이 하늘 위로 치솟고 있었다. 잠시 뒤 쓰나미가 원전의 방파제를 부수며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언덕 위에 서있던 세 사람으로부터 불과 460m 떨어진 지점까지 파도가 손을 뻗었다가 물러났다.

◇재앙 몰고 온 두 번째 파도
강진으로 인한 첫 번째 쓰나미 파도가 후쿠시마 원전으로 몰려온 시각은 오후 3시 27분. 하지만 4m의 파도는 10m 높이의 원전 방파제에 부딪히며 뒷걸음질쳤다.

문제는 8분 뒤에 몰려온 두 번째 파도였다. 높이 15m의 파도는 기어이 방파제를부수고 원전 안으로 밀려 들어와 물탱크를 휩쓸어갔다.
이날 근무를 담당하던 ‘근무조 A’는 사색이 됐다. 두 번째 파도가 들이닥친 지 2분 뒤인 3시 37분. 원자로 1호기의 디젤발전소 전원이 꺼졌고 곧바로 ‘SBO’표시가 들어온 것이다. ‘Station Blackout’. 동력이 완전히 나갔음을 뜻한다. 4분 뒤, 똑같은 사태가 원자로 2호기에서도 발생했다.

오후 3시 52분. 최후의 보루와도 다름없었던 2호기의 비상 냉각장치도 꺼졌다. A조 직원들은 깜깜해진 원전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중앙 전력 교환기는 이미 물에 잠겼고, 전력선도 진흙더미 속에 뒤엉켜 있었다. 터빈실 지하도 침수됐다. 터빈실 지하에 물이 차오르면서 익사했던 2명의 시신은 나중에야 발견됐다.

◇도쿄전력, 설계결함 10년 전부터 알아
도쿄전력은 약 10년 전부터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다섯 대에 설계상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대로 방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10여 명의 전·현직 엔지니어는 인터뷰에서 도쿄전력이 원자로의 결함을 감지했지만, 비용절감의 압박과 느슨한 규제 등으로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를 건설했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는 설계 부문이 도쿄전력의 권한이었다며 이 같은 결함에 대한 자사의 책임을 부인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