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10대 청소년들은 PC보다 스마트폰에 훨씬 익숙하죠.앞으로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모바일 게임시장의 주도권을 쥘 생각입니다. "

정욱 NHN 한게임 대표 대행(39 · 사진)은 "10년이 지나면 PC라는 기계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 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 액센츄어,인터넷 포털 프리챌 등을 거쳐 2005년에 한게임으로 옮겨 2009년부터 이 회사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정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한게임은 국내 유선 온라인 게임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하지만 정 대표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연초에 설립한 모바일 게임 전문개발사 '오렌지크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발자들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현재 100여명인 개발인력을 내년까지 250명 규모로 늘리겠다"며 "일단 올해 15개의 모바일 게임을 내놓은 뒤 내년부터는 연평균 40개 이상 게임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플랫폼이 중요했다면 모바일 시대에는 게임 고유의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동안 국내에서 스마트폰 오픈마켓에 모바일게임 전용 카테고리 설치를 가로막아왔던 게임 사전심의제가 최근 폐지됨에 따라 모바일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한게임은 그동안 NHN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5% 감소한 4222억원에 머물며 마이너스 성장을 처음으로 기록했다. 국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 게임 이용 시간을 하루 10시간으로 제한한 요인이 컸다. 정 대표는 "사행성 게임 부문에서는 더 이상 성장 드라이브를 걸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역할수행게임(RPG)과 스포츠 장르를 키워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 게임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RPG 분야에서는 연초에 서비스를 시작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로 교두보를 마련하고 포털 네이버의 스포츠 부문으로 들어오는 트래픽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스포츠 게임 시장을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했지만 올 1분기 실적은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4%나 증가하는 등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사실 지난해 한게임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저를 비롯해 많은 직원들이 불안감을 느꼈어요.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모바일을 비롯한 미래사업까지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어요. "

정 대표는 앞으로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중심은 게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제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시간,비용을 절감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군과 재미,즐거움을 제공하는 산업군으로 나눌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게임은 영화와 달리 이용자 간에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모바일 산업과의 연계성도 강해 미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이끄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