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부사장(사진)이 극비리에 중국 차이나모바일을 방문했다. 배경이 뭘까. 쿡은 병가 중인 스티브 잡스를 대신해 애플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대행이다. 가입자가 6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를 방문한 이유가 아이폰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면 세계 휴대폰 시장에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쿡의 차이나모바일 방문은 '퍼스트 파이낸셜 데일리' 등 중국 언론에 의해 알려졌다. 쿡은 22일 임직원 7,8명과 함께 베이징에 있는 차이나모바일 본사를 방문했다. 로비에는 성조기와 오성적기가 나란히 걸렸고,쿡이 왼손에 가방을 들고 로비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중국 기자의 블로그에 실렸다.

중국 언론은 쿡이 차이나모바일을 방문한 것은 아이폰 공급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현재 중국 2위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가입자 1억8000만명)에 아이폰을 공급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에는 공급하지 않는데도 이미 500만명이 아이폰을 사서 편법으로 개통했다. 지금까지 차이나유니콤에 공급한 전체 물량과 맞먹는 규모다.

애플이 차이나모바일에도 아이폰을 공급할 것이란 소문은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특히 왕지앤추 차이나모바일 회장이 "아이폰을 도입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하면서 소문이 이어졌다. 차이나모바일은 지난달 "애플이 앞으로 나올 아이폰에서는 TD-LTE(중국식 4세대 이동통신 기술)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애플이든,차이나모바일이든 손을 잡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애플로서는 차이나모바일만 잡으면 아이폰 공급량을 거의 2배로 늘릴 수 있다. 차이나모바일도 아이폰 도입을 계기로 모바일 서비스 혁신을 꾀할 수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쿡의 방문에 대해 "아직 협상 중"이라고만 얘기했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는 애플이 9월쯤 아이폰 신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쿡이 이번 방문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둔다면 아이폰 신제품을 차이나모바일에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차이나모바일이 중국 독자 기술(3세대는 TD-SCDMA,4세대는 TD-LTE)을 채택하고 있어 최적화,망 연동 테스트 등에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차이나모바일 가입자는 SK텔레콤(2580만명),KT(1615만명),LG유플러스(905만명) 가입자를 더한 수치의 10배가 넘는다. 이런 사업자에 아이폰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휴대폰 업계 판도가 달라진다. 애플은 지난 1분기에 5.2% 점유율로 노키아 삼성 LG에 이어 세계 4위 휴대폰 메이커가 됐다. 스마트폰에서는 노키아에 이어 2위다.

휴대폰 시장에서는 이미 스마트폰이 대세가 됐다. 피처폰을 포함한 전체 휴대폰 시장 점유율보다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더 중요하다. 휴대폰 수요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 스마트폰만 공급하는 애플의 위상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노키아,안드로이드폰으로 재빨리 실지를 회복한 삼성과 선두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