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삼성이 '찜' 한 인재, 포스코 '구애'에 맘돌려
지난달 초 삼성전자포스코 해외인재개발팀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일본 와세다대 MBA(경영학석사)를 갓 이수한 A씨(30)를 놓고 영입 전쟁이 펼쳐졌다. 선수(先手)는 삼성전자가 날렸다. 포스코보다 연봉을 2000만원 올려 제시했고,당연히 먹힐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A씨는 지난달 17일 '포스코맨'이 되기로 결심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포스코 해외채용담당팀은 '상대팀'의 허점을 노렸다. 삼성 출신 대리가 아이디어 하나를 냈다. "삼성은 워낙 해외 채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인사팀이 바쁠 겁니다. 우리가 정성으로 승부하면 승산이 있을 거예요. "

포스코는 먼저 A씨에게 포스코 견학을 권했다. 귀국편 항공기 값은 가족 몫까지 대줬다. A씨가 도착한 뒤엔 인사 담당자 한 명이 '밀착 마크',서울 대치동 사옥을 비롯해 포항 · 광양제철소를 따라다녔다. 입사를 결정하자 포스코는 이삿짐 화물료까지 지원해줬다.

포스코와 삼성전자의 인재 확보 전쟁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게 기업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뽑을 만한 인재는 한정돼 있는데 기업들의 수요는 커지면서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 호텔 만찬 '러브콜'

[인사이드 Story] 삼성이 '찜' 한 인재, 포스코 '구애'에 맘돌려
해외 채용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은 삼성,LG 등 전자업계다. 삼성은 외국에서 공부한 핵심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1년에 전용기를 50여차례 띄울 정도다. 삼성전자 사장들은 미국,영국,중국,일본 쪽에 출장갈 때면 현지 유수 대학을 꼭 들른다. 현지 법인을 통해 미리 우수 인재 목록을 만들어 놓고, 1 대 1 미팅을 한다. 임원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올해 해외에서 뽑은 석사 이상급 인재가 200명을 웃돈다.

해외에서 워낙 사람을 많이 뽑다 보니 삼성 인사팀의 유학생 다루는 솜씨는 거의 '프로급'이다. 지난달 일본 교토대에서 채용 설명회를 한 삼성테크윈이 대표적이다. 다른 기업들은 채용 설명회에 참석한 20~30명 안팎의 학생들에게 한 끼 5만원 정도의 저녁을 사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 회사는 다른 전략을 썼다. 눈여겨 본 학생 10여명을 추려 호텔로 따로 불러 접대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가는 유학생들의 한 손엔 기념품이 들려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쿄대,교토대 등 일본 유명 대학의 유학생들은 4~6월 채용설명회가 있을 때면 호텔식사를 자주 먹을 정도다. 지난주 설명회를 연 LG전자는 참석자들에게 상품권을 돌렸다.

◆포스코, 호주 광산학 전공자 첫 채용

해외 자원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원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호주 광산학(mining) 분야 유명 대학인 커튼유니버시티에서 석사 졸업생을 선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산 분야 한인 유학생들을 찾아봤더니 달랑 다섯 명뿐이더라"며 "이 중 세 명을 뽑았는데 한 명이 지난달에 입사했고, 다른 두 명도 조만간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원 대국인 브라질의 2,3세 교포가 포스코에 들어오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LS니꼬동제련도 얼마 전 러시아 칠레에서 인턴 사원을 뽑았다. MBA 출신 일색이던 인재 수요가 좀 더 다양해지고 있는 셈이다.

해외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감안,'회장님'들이 몸소 움직이는 때도 많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작년에 미국에 직접 가서 인력을 뽑아왔는데 올해는 인사팀을 보냈더니 (내가 했던 것에)반의 반도 못 데리고 왔다"며 "임원들이 가는 것보다 직접 가는 게 효과가 크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스턴대 동문회장이기도 한 박용만 ㈜두산 회장도 인재 유치를 위해서라면 장거리 비행의 피로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원격 화상면접을 동원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물리적 거리 문제를 감안해 화상 면접을 도입했고, STX그룹도 올 하반기부터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2차 면접을 할 계획이다.

박동휘/이태명/조재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