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창립 100주년을 맞는 IBM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올해 60세가 되는 새뮤얼 팔미사노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곧 선택해야 하지만 과거와 달리 회사가 안정된 상황에서 승계가 이뤄지고 내부 인적 자원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WSJ)은 14일 아홉 번째 IBM CEO 후보로 버지니아 로메티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 대표와 마이클 대니얼스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수석부사장 등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이 중 로메티 대표가 CEO에 한발 더 가까이 가 있어 IBM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CEO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로메티는 2002년 IBM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컨설팅 부문을 인수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PwC 인수는 IBM이 비즈니스서비스 회사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서비스 부문 대표를 거쳐 지난해부터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인 대니얼스 수석부사장은 3년간 고성장 시장인 아시아 지역 서비스 부문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또 그가 맡고 있는 부문은 전체 IBM 매출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다. 이 밖에 로드 애드킨스 시스템테크놀로지그룹 수석부사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거론되는 CEO 후보 대부분이 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IBM은 후보가 많아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세기의 CEO로 평가받는 전임 루 거스너 회장과 팔미사노의 뒤를 잇는 새 CEO가 IBM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거스너 전 회장은 1993년 3년간 16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공룡 IBM'을 이어받았다. 컨설팅회사 맥킨지 출신인 그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기업문화 개혁을 통해 IBM이 하드웨어 기업에서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뒤를 이은 팔미사노는 "IBM의 미래는 IT서비스에 달려 있다"며 사업의 중심을 IT서비스로 이동하는 과제를 완성했다. IBM의 상징이었던 PC 사업을 중국의 레노버에 매각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과거 사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간 IBM의 성공 전략을 팔미사노는 그대로 재현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거스너 전 회장이 팔미사노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 "그의 혈관에 흐르는 피는 파란색(IBM 로고색)"이라고 소개한 일화도 유명하다. IBM은 거스너를 제외하면 나머지 7명의 CEO를 모두 내부에서 선출했다. WSJ는 "IBM의 새로운 CEO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에 맞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뿐 아니라 정체된 성장성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