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검색 벤처기업 엔써즈 자회사이자 미국 한류 사이트인 숨피미디어의 이준표 사장은 올 3월 사이트 방문자 수가 갑자기 40%나 급증해 깜짝 놀랐다. 조사해 보니 늘어난 트래픽 중 대부분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쪽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유럽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엔써즈는 13일 프랑스 한류 사이트 2곳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유럽에서 일고 있는 한류 바람을 타고 온라인에서 한류 서비스를 본격화하기 위한 것이다. 엔써즈가 인수한 'KPOP.FR'과 'kpopfrance.com'은 프랑스 최대 규모의 한류(K팝) 미디어로 월 방문자 수가 각각 120만명,80만명에 달한다. 'KPOP.FR'의 경우 사이트 설립자인 로망 크리프(Romain Krief)라는 28세 청년과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던 중 전격적으로 인수했다는 설명이다.

◆유럽 잠재 한류팬 2500만명 겨냥

2007년 설립된 엔써즈는 동영상 검색 기술 및 저작권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다. 포스텍 94학번인 김길연 사장(36 · 사진)은 2000년 음성인식 기술로 벤처기업을 창업한 적이 있고 엔써즈가 두 번째다. 엔써즈는 최근 미국 영어권 한류 사이트 숨피닷컴(현 숨피미디어)을 인수하는 등 한류 미디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 사장은 "숨피미디어와 이번에 인수한 프랑스 한류 사이트를 통합해 커뮤니티,커머스,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동영상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한류 글로벌 네트워크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엔써즈는 KPOP.FR과 kpopfrance.com 인수로 영어권에 집중돼 있던 기존 숨피미디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써즈는 프랑스 사이트 2곳에 최신 동영상과 사진,공연 소개 등 한류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공급해 잠재적인 한류 팬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게는 유럽 인구의 3~5% 정도를 한류 문화에 친근감을 보이는 잠재적인 팬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 5억명을 상회하는 유럽에서 최대 2500만명이 한류 팬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엔써즈는 현재 유럽의 한류 팬이 약 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음달 소셜 커머스 서비스 오픈

숨피미디어는 지금까지 월 500만명의 방문자 수를 기반으로 한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 중 소셜 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해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엔써즈는 숨피미디어를 비롯한 해외 한류 사이트에 '한류 소셜 커머스'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빅뱅 사인 티셔츠,소녀시대 사인 CD,동방신기 대형 브로마이드 등 해외 한류 팬들이 구입하고 싶어도 현지에서는 구하기 힘든 한류 스타 관련 기념품이나 이들의 소장품 등을 싸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김 사장은 "한류 사이트에서 가장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것이 스타들의 소장품이나 관련 기념품"이라며 "YG나 SM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연예기획사와의 협력을 통해 한류 스타 기념품을 반 값에 판매하면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써즈는 한류 사이트를 추가적으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우선 8월 중 숨피미디어의 독일어 버전을 개설하고 연말까지 일본어 사이트도 만들 예정이다. 김 사장은 "독일어 사이트와 일어 사이트를 오픈하면 현재 700만명 수준인 월 방문자 수가 올해 안에 10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