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나에게 꼭 맞는 바로 이것(It's all about me)'을 요구한다. 소비자와의 접점에 있는 유통 기업은 무엇을 팔 것이냐가 아닌 고객(me)이 구매하려는 것이 무엇이며,어떻게 제공할 것인가(retail)를 질문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전략 및 실험들을 'Me-tail'경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Me-tail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객의 요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다.

액센츄어가 매년 실시하는 소비자 연구조사에 따르면 고객층은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같은 연령,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소비층이라도 소비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으며,어디서 더 저렴하고 빠르며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지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수집된 정보를 구매에 적극 반영한다. 글로벌 유통업계의 Me-tail 트렌드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신개념 유통 채널의 등장

기업은 전자,통신 미디어와 융합한 멀티 채널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급격한 확산으로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한 요구 파악이 더욱 구체적이며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을 통해 피자를 주문하고,구매한 제품 관련 질문과 불만족 사항을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것에 익숙한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공략해야 한다.

최신 트렌드를 남보다 빠르게 접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최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실시간 랭킹 앱'도 등장했다. 이들에게 단지 '친절'만을 앞세운 '고객만족'은 고루하다.

2. 고객 니즈에 맞춰 특화

대형 할인점 월마트는 소비자의 다양한 소비 행태에 맞추기 위해 계속 진화했다. 월마트 이웃마켓(Walmart Neiborhood Market)이란 이름의 소형 매장으로 도심에 진입하더니,온라인 홈쇼핑으로 집 안까지 들어왔다. 다음은 뭘까. '세부 고객군'을 공략하는 지역별 채널 또는 기존 고객의 구체적인 요구에 부합하는 체험 중심 매장 등과 같은 특화된 채널이 부상할 차례다.

월트디즈니는 미국과 유럽에 있는 340개의 전 매장을 가상 체험 파크로 새롭게 브랜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이들이 매장을 방문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클립을 관람하고,디즈니 채널의 스타들과 라이브 채팅,같이 노래 부르기 등을 경험할 수 있는 매장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미래의 매장은 고객의 특화된 니즈를 반영,상품 재고가 없고 상품에 대한 정보와 경험 공간,상품의 디스플레이만 존재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다.

3. 패스트 패션형 유통 확산

고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신속한 공급망을 운영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운영 모델이 확산될 것이다. 이는 수요예측에 기반한 유통모델의 한계를 신속한 고객 성향 파악 및 대응 형태의 모델로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될 것이다. 패스트 패션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스페인의 자라(Zara)다. 전 세계 매장 매니저가 고객 반응이 좋은 상품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살피고 디자이너에게 즉시 요청,생산량을 조절하는 신속하고 유연한 공급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정교한 통계기법을 개발해 단기간에 상품의 속성을 정의,스타일별 최적량의 상품을 생산하고 매장에 진열하고,판매하는 방법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앞으로는 이 같은 기법을 활용한 생산량 조절 및 신속한 시장대응 형태의 운영 모델이 확산될 것이다.

4. 네트워크 기반 경쟁력 강화

식품사업의 경쟁자인 네슬레(Nestle)와 마스(Mars)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사탕,과자 제품을 영국에서 유럽 전역에 공동으로 운반하는 물류 혁신 및 운영 효율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 사의 물류팀과 고객 서비스팀이 협업해 필요한 분량을 운송할 때 트럭의 남는 공간을 채워서 한꺼번에 운행하는 것이다.

또 유통사와 공급 파트너사가 제품의 생산,유통 및 활용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공동으로 친환경 대응을 강화하는 공동 지속가능경영 프로젝트도 있다. 이런 형태의 협력 및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쟁력 강화는 인사,재무 등 경영 전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공급망 최적화 같은 기존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을 이해하라.그리고 새로운 실험으로 그들을 이끌어라.글로벌마켓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유통 기업들이라면 반드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박종성 액센츄어코리아 제조 · 유통 · 소비재 · 서비스산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