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은 각 개체의 지능은 보잘것없지만 집단으로 행동할 때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 같은 능력을 '창발성'이라고 합니다. 창발성의 메커니즘을 기업 경영에 응용할 수 없는지,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조치로 기업 조직의 창발성을 이끌어낼 수 없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미 집단의 다섯 가지 기본원칙

개미 사회의 특징은 △개체수가 많고 △개체 하나하나는 무지하며 △개체들은 무작위로 마주치지만 △신호의 패턴을 찾으며 △이웃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이 다섯 가지 원칙이 개미 사회의 창발성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입니다.

첫 번째 원칙인 '개체수가 많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창발성이 나타남을 의미합니다. 개미와 꿀벌은 적게는 수천 마리에서 많게는 수십만 마리의 개체가 상호작용을 벌이는 사회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창발성을 발현하기 쉬운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호박벌이라는 곤충 사회의 규모는 모두 합쳐도 겨우 400마리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개미나 꿀벌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집단지능을 나타내지 못합니다. 군체의 규모가 창발성이 발현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라는 방증입니다.

이것을 '대기업에서만 창발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말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 경우라도 구성원의 범주를 자사 직원으로만 한정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회사에서 최종 고객까지 이어지는 모든 시장참여자를 구성원의 범주로 확대해 생각한다면 창발적 경영이 나타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1인 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여러 구성원들과 네트워크상에서 상호작용하고 있으므로,모든 기업이 창발적 경영을 위한 수적 규모는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미 복잡한 네트워크입니다.

#쿠엘레아 새의 집단 규칙


두 번째 원칙인 '개체 하나하나는 무지하다'는 것은 정확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구성원들을 무지하도록 강제하거나 방치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여기서 '무지하다'는 말의 의미는 구성원 개개인들에게 조직 전체의 목표와 연관된 단순하고 명확한 지침을 부여하라는 것입니다.

'조류의 메뚜기떼'라고 불리는 쿠엘레아(quelea) 새들은 수많은 개체들이 마치 거대한 한 마리의 새처럼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 새들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갑작스럽게 비행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면서도 충돌하거나 낙오되지 않습니다. 중앙에서 마이크를 잡고 "전방 10m 앞에서 90도로 좌회전"을 명령하는 대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컴퓨터로 이 새들의 움직임을 분석해 보면 단순한 세 가지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근처에 있는 다른 새들과의 충돌을 피하라 △다른 새들과 속도와 방향을 맞춰라 △다른 새들 가까이에 머물러라.

기업들은 경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복잡한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환경은 복잡한 시스템으로 통제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샘 월튼이 세운 월마트는 단순함의 원리로 세계적인 유통 체인으로 성장한 대표적 기업입니다. 월튼이 선견지명을 갖고 사업 초기부터 정교한 계획을 수립해 성장시킨 기업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지만,월튼은 그와 같은 찬사를 들을 때마다 낄낄거리며 웃었다고 합니다. 월마트는 '번식하라,변화하라,강자는 살고 약자는 죽게 하라'는 단순한 경영 원리를 준수하고 반복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권한은 나누고 소통은 넓혀라


세 번째 원칙 '개체들은 무작위로 마주친다'는 우리에게 분권형 조직체계의 중요성을 의미합니다. 무작위로 만나 상호작용을 나누려면 행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중앙집권적 명령 하달 체계가 아니라 개인들에게 권한이 충분히 이양된 상향식 시스템이 창발성을 이루기 위한 요소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당신이 직원들에게 과업을 이양했는데 그들이 비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면,회사에 큰 피해를 주거나 윤리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한 내버려 두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창발적 경영에 있어 분권형 조직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기업은 경영진이 대부분의 시간을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사용하고,직원들은 이양받은 권한을 사용해 조직을 잘 관리해 나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원칙인 '신호의 패턴을 찾는다'와 '이웃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창발적 경영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1000명의 직원 중에서 700명을 '9 · 11 테러'로 잃어버린 증권회사 캔토 피츠제럴드의 사례에서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테러가 발발하기 직전 고객 데이터와 같은 중요 정보를 모두 백업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아는 직원 모두가 테러에 의해 희생됐습니다. 그들은 즉각 커뮤니케이션에 나섰습니다. 300명의 생존 직원들은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희생된 동료들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떠올리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결국 며칠 만에 비밀번호를 풀어냈습니다.

창발적 경영의 핵심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협력의 규칙을 준수하고,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개인들의 조화로운 행동 속에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졸업,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 △기아자동차, LG-CNS,아더앤더슨,왓슨와이어트 전략 컨설턴트 및 HR 컨설턴트 △저서='시나리오 플래닝' '경영·과학에게 길을 묻다' '경영유감'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