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사진스튜디오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젊은 패셔니스타 남녀 한쌍이 나타났다.

'국민 남동생'으로 자리잡은 만능 엔터테이너 이승기와 '강남 얼짱녀' 출신 배우 이민정이었다.

스튜디오 무대안에는 진홍색 꽃잎이나 옅은 노란색 꽃술, 녹색과 흰색이 섞여있는 잎사귀, 가시 돋친 선인장 등 식물의 일부분을 크게 확대한 화려한 사진들이 펼쳐졌다.

두 사람이 수십벌의 의상을 번갈아 입으며 다양한 포즈를 취하자 사진작가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언뜻 유명 패션브랜드의 화보를 찍는 한장면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올 봄 '여름(SㆍS)시즌 광고 촬영현장이다.

아웃도어 광고는 일반적으로 설원이나 암벽이나 숲속길 등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삼는다.

코오롱 스포츠가 아웃도어 광고의 고정관념을 깨고 올 시즌 촬영장소로 실내 스튜디오를 택한 이유는 뭘까.

'엄친아'커플, 중장년층에도 인기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초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아웃도어가 패션화 · 대중화되는 추세에 맞춰 '아저씨 · 아줌마 브랜드'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스타 마케팅을 선택한 것이었다. 젊은 층을 겨냥해 당시 가장 인기있는 연예인을 찾다가 캐스팅한 주인공이 바로 이승기와 이민정.이승기는 가수는 물론 예능과 드라마를 오가며 '최고의 훈남'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이민정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신선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내세워 '차세대 여신'으로 급부상 중이었다.

'훈남'과 '여신'의 조합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코오롱스포츠에 안겨 줬다. 이 둘은 모델이 된 이후 더욱 왕성한 연예활동으로 각종 매체에 자주 노출됐고 이들이 착용한 패션은 팬들의 관심 대상이 된다. 양문영 코오롱스포츠 홍보실 차장은 "이들이 입고 나온 옷들은 방송 등에 노출된 다음날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인기를 끈다"며 "이승기 씨의 일본 팬들은 미공개 화보컷 등을 요청하는 전화를 종종 걸어온다"고 덧붙였다.

당초 '젊은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면 주고객층인 40~50대 중장년층이 반감을 느끼진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박승화 코오롱스포츠 마케팅팀장은 "두 사람은 모두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엄친아'로 알려진 데다 모범적인 이미지로 40~50대 여성들이 좋아한다"며 "매장에 걸려 있는 대형 사진을 보고 호감을 표시하는 아주머니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초 1년간 이들 '엄친아 스타'와 맺은 모델 계약을 올해 말까지 1년 더 연장했다. '안티 팬'이 거의 없는 스타들로 젊은 층뿐 아니라 중년 고객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게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도심에서도 입는 '시티 아웃도어'패션

코오롱스포츠의 올 봄 · 여름시즌 주력 제품은 기능성과 활동성에 패션성을 강조한 아웃도어 제품이다. 등산복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티 웨어'를 대거 선보였다. 두 패셔니스타 모델이 다양한 신상품의 '패셔너블함'을 살리기 위해서는 촬영 장소로 야외보다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실내 스튜디오가 제격이었다.

이승기와 이민정은 이번 촬영에서 캐주얼의류와 일반 아웃도어 의류를 다양하게 조화시킨 '믹스앤매치(Mix& Match)' 패션을 보여줬다. 이민정은 여성스러운 '샤 스커트'(발레복 스타일의 짧은 치마)에 초경량 방풍 재킷을 걸치거나 발랄한 느낌을 주는 짧은 팬츠에 방풍 재킷과 머플러를 코디하는 등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제안했다. 이승기는 사냥용 모자와 캐주얼한 카고 팬츠.아웃도어 재킷을 조화시킨 스타일을 멋지게 표현했다.

지난 3월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인 장 콜로나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트래블 재킷'은 '이승기 · 이민정 재킷'으로 불리며 출시 한 달 만에 모두 판매되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코오롱스포츠가 광고 배경으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분이나 길가의 꽃과 잎사귀 등 식물의 일부분을 극대화하는 사진을 쓴 것도 '도심에서도 입는 시티 아웃도어'를 컨셉트로 잡아서다. 이 브랜드가 지난해부터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도심에서 코오롱스포츠를 입으면 입는 곳 자체가 자연이 된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화사한 꽃잎이나 푸르른 잎사귀 등 식물은 도심에서 자연을 느끼게 하는 매개체"라며 "이를 배경으로 아웃도어 패션을 입은 두 젊은 스타를 등장시켜 다양한 곳에서 자연을 만나는 방법과 아웃도어 라이프를 얘기하려는 코오롱스포츠의 브랜드 정신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