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사태 악화] "연봉 7000만원 넘는데 파업"…현대차 부품社 5000곳 멈출 위기
23일 오후 2시께 경찰 병력 400여명이 충남 아산 유성기업 공장 앞 굴다리를 막아섰다. 18일부터 6일째 계속되고 있는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공장 불법 점거를 돕기 위해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금속노조 충남지회 소속 외부 노조원 등이 탄 차량을 막기 위해서다.

노조원들은 즉각 "길을 비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에서 내린 외부 세력 중 일부는 경찰에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유성기업 공장 앞에서는 금속노조 충남지회 노조원 외에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과 발레오공조코리아 지회,건설노동조합 등의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은 100여명이 경찰과 대치했다. 이날 저녁에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노조원 10여명도 찾아왔다. 경찰은 유성기업 점거자 650여명 가운데 250여명이 외부 세력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파업에 협력사 다 죽는다"

이영섭 진합 사장(현대 · 기아협력회 회장),엄병윤 유라코퍼레이션 대표 등 현대 · 기아차 1,2차 협력사 대표 20명은 이날 오후 유성기업을 찾았다. 이들은 '조속한 생산 재개로 협력사 생존권 보장하라' '우리 모두가 일으킨 자동차산업 라인 중단으로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 회장은 "유성기업 파업으로 5000여개 완성차 협력업체들이 가동 중단에 따른 심각한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일부 업체는 극심한 경영난에 이어 도산 위기로 내몰리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27만여 근로자와 수십만 가족을 비롯해 직 · 간접적으로 무려 166만여명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력사 대표단은 불법 점거 농성 중인 노조 측과 면담을 시도했지만 외부 강성 노조세력의 방해로 불발에 그쳤다.

◆"애들 유학비까지 주는데 농성 풀어요"

유성기업 임직원 내부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회사가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납품기일 등을 지키지 못하면 현대 · 기아차 한국GM 등 5개 고객사에 시간당 18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토록 돼 있어서다. 신뢰 저하 등으로 납품 물량도 줄어들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노조의 불법 점거로 지난 18일 이후 모든 생산이 중단됐고 이 때문에 22일 현재 피해액만 1300억원에 이른다.

유성기업 노조원 가족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대전에서 1시간30분가량 차를 타고 농성장 앞에 도착한 노조원 부인 A씨(52)는 "유성기업은 한번도 급여일을 어긴 적이 없는 고마운 회사다. 점거를 중단하고 생산라인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A씨의 남편 B씨는 지난해 연봉 77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중국에서 공부하는 둘째아들의 학비 중 70%를 대줄 정도로 복지도 좋다"며 "파업으로 완성차 업체의 신뢰가 무너지면 납품량 감소와 매출 하락,급여 감소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사측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공장을 찾아 노조원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접근을 거부당했다.

유성기업은 지난해 매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48억5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이기봉 공장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회사 사정이 어려울 때도 노조 측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며 "노무비 부담이 적자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동성금속과 Y&T파워텍,우진공업,동서공업 등 유성기업 계열사 직원 100여명도 합세해 "내 직장이 안전해야 가정이 안전하다" 등을 외쳤다.

◆완성차 업체 커지는 고민

마이크 아카몬 한국GM 사장은 이날 유성기업 파업 사태와 관련,"파업이 계속되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피스톤링의 50%를 이 기업으로부터 받고 있다. 한국GM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공급 가능한 AS 물량을 생산라인으로 돌려 24~25일 바닥이 나는 일부 공장의 재고분을 메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에 참석,"1인당 연봉이 7000만원이 넘는 회사의 불법 파업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며 "가급적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