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의 외벌이 가장 A씨는 한 달 소득이 600만원이다. 미혼여성 B씨는 월 250만원을 벌면서 혼자 산다. 소득의 절대액은 A씨가 많지만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A씨와 B씨 중 경제적으로 더 풍족한 사람은 누구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적용하면 A씨의 경제적 후생 수준이 B씨보다 높다.

가구원 수가 다른 두 가구의 소득은 '균등화 소득'을 통해 비교할 수 있다. 균등화 소득은 한 가구의 소득을 가구원 수의 제곱근(루트)으로 나눈 것으로 OECD가 가구원 1인당 소득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지표다. A씨는 소득이 600만원이고 가구원 수(4)의 제곱근이 2이므로 A씨 가정의 1인당 균등화 소득은 300만원이다. 소득이 250만원이고 가구원 수의 제곱근이 1인 B씨의 균등화 소득은 250만원이다.

가구 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누지 않고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누는 것은 가정 살림에도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물건은 식구 수가 많더라도 굳이 여러 개를 장만할 필요가 없다. 소득이 가구원 수에 정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통계청의 지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1인당 균등화 소득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 1분기 1인 가구의 균등화 소득은 월 120만5000원으로 전체 평균 163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4인 가구의 균등화 소득은 월 183만5000원으로 1인 가구보다 52.2% 많았다.

2인 가구는 153만2000원,3인 가구는 177만3000원이었다. 다만 5인 이상 가구의 1인당 균등화 소득은 181만7000원으로 4인 가구보다 적었다. 가족 수가 너무 많아도 생계에 부담이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인 가구의 소득이 낮은 것은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고령층 1인 가구 중 빈곤 가구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김신호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소득 하위 계층으로 내려올수록 가구원 수가 적고 가구주 평균 연령이 높다"며 "고령층과 1~2인 가구에서 빈곤 인구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