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우리' 정부지분 50%대로 낮춘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를 산은금융지주에 매각한 뒤 산은지주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2014년 5월 말까지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을 합병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산은지주의 정부 지분율을 50%대로 떨어뜨리고, 이후 합병지주(산은지주+우리금융)의 추가 주식매각을 통해 정부 지분율을 20~30%대까지 낮춘다는 구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두 금융지주의 민영화를 진전시키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금융그룹 탄생의 초석도 놓아야 한다는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며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 · 합병한 뒤 중장기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민영화를 달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우리금융 매각안 발표는 '그랜드 플랜'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면 우리은행은 물론 우리투자증권,경남은행,광주은행 등을 함께 묶어 통째로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초대형 국책 금융그룹의 탄생'이라는 측면과 함께 △두 금융지주의 동시 민영화 △소매 · 기업 · 투자금융을 아우른 종합 금융그룹 출범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상증자 · 회사채 등으로 자금 마련

'산은+우리' 정부지분 50%대로 낮춘다
지난 13일 기준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1조1633억원이다. 예금보험공사의 보유지분 57%에 일정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시장이 예상하는 매각 대금은 7조원 안팎이다.

산은지주는 유상증자로 1조~2조원,회사채 발행으로 1조~2조원을 각각 조달하고 내부 유보금,전환사채 발행,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은지주의 계획대로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매각 절차가 완료되는 내년 3월께 산은금융지주 지분 100%(정책금융공사 90.26%,정부 9.74%)를 갖고 있는 정부의 지분율은 85% 선까지 낮아진다.

다음 수순은 산은지주의 상장이다. 공모 절차 등을 거치면 정부 지분율은 70% 선까지 떨어지게 된다. 산은지주는 일정 기간 우리금융을 중간 지주사로 유지한 뒤 합병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우리금융의 민간지분이 43%인 만큼 산은지주와 우리금융 간 합병이 이뤄지면 정부 보유 지분은 50%대로 떨어지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법에 규정된 정부 소유 산은지주 지분의 최초 매도 시한인 2014년 5월 말까지 합병그룹의 정부 지분은 지금의 100%에서 50%대로 줄인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후 블록세일(대량매매) 등의 방식으로 20~30%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우리금융과 산은지주의 동시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개발은행 모델

금융당국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을 모델로 산은금융지주 발전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정부가 1968년 설립한 DBS는 1998년 우편저축은행(POSBank)을 인수,소매금융 기반을 확보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홍콩 다오흥은행,대만 보와은행의 우량자산,RBS(The Royal Bank of Scotland Group)의 중국 내 소매 및 상업은행 부문을 잇따라 인수,자산규모(2010년 기준)를 2840억달러 규모로 키웠다. 영업 무대도 아시아 중동 등 15개국으로 확대했다. DBS는 이 같은 인수 · 합병 과정에서 싱가포르정부 지분이 27.7%로 낮아졌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산은지주 상장→우리금융과의 합병 등을 주도한 뒤 지분 추가 매각으로 민영화를 하겠다는 방안도 DBS의 사례에서 참고했을 것이라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산은지주의 미래도 인수 · 합병을 통한 글로벌 CIB(상업투자은행 · commercial investment bank)에 있다는 것이다.

◆초대형 CIB 현실화 가능성은

산업은행,대우증권,산은캐피탈 등 5개 자회사를 둔 산은지주가 우리은행,우리투자증권,광주은행,경남은행 등 10개 자회사를 거느린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합병하는 방안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먼저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산은이 실시한 제3자 배정 증자를 누가 받아줄지 관심이다. 산업자본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외국계 투자자 유치마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산은지주가 구상하는 방안이 시장에서 외면받을 경우 우리금융만 산은지주 산하로 들어갈 뿐 결국 민영화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산은지주의 민영화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상업투자은행

commercial investment bank.예금을 받아 대출해 주는 상업은행과 주식 · 채권 인수 및 자기자본 투자 등을 주로 하는 투자은행을 결합한 금융회사.산은금융지주는 현재 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corporate investment bank)을 모토로 삼고 있지만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통해 상업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