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통신요금 인하 방안 발표를 앞두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스마트폰의 잦은 통화 끊김과 품질 저하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철증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은 8일 모 언론의 '이달 중 무제한 요금제 폐지'보도와 관련,"사실무근"이라며 정면 부인했다. 무제한 요금제를 처음 도입한 SK텔레콤 역시 "무제한 요금제 폐지는 검토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KT,LG유플러스 등도 동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통신업계가 현 상황에서 기존 요금제를 손질할 뜻이 없다고 밝히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통신사 간 경쟁이 있다. 1위 업체인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자신이 앞장서 마련한 무제한 요금제를 먼저 폐지하기가 힘들다. 사용자들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KT나 LG유플러스도 선뜻 나서기 어렵다. SK텔레콤이 이 요금제를 유지하는 한 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데다 폐지 후에도 통화품질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나 LG유플러스의 경우 통화품질 악화를 이유로 2.1㎓ 등 주파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는 만큼 현 상태에서 무제한 요금제 폐지를 들고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데이터 트래픽이 너무 늘어나 정상적인 통화가 어렵다면 통신사들은 통화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쓸 수 있다. 통신사에 가입할 때 서명하는 '서비스품질(QoS) 제어 약관'에 근거해 데이터 사용이 지나치게 많은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배준동 SK텔레콤 사장은 "아직은 버틸 수 있기에 제어하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헤비 유저들 때문에 다른 사용자들의 통화에 문제가 생기면 이용에 제한을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공정한 요금체계

그렇다 하더라도 데이터 사용량과 요금 납부의 불공정성은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데이터를 덜 쓰는 사람이 많이 쓰는 사람의 요금을 대신 내주고 있다는 논란이 문제의 핵심이다. KT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스마트폰 가입자 중 8.7%에 달하는 헤비 유저가 전체 트래픽의 84%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의 91.3%는 고작 트래픽의 16%를 쓰면서 헤비 유저들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요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폐지론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 일각에서 이용자가 음성과 데이터,문자 사용량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형 요금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데이터 사용량에 맞게 요금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