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진행하다간 정부가 명단 작성해서 (기업에) 순서대로 사외이사 파견 보낼지도 모른다. "

중도 · 보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한 '미래기획위원회가 못보는 미래,안보는 미래' 세미나에선 '연기금 의결권을 통한 기업 견제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발제를 맡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사진)는 "국민연금 스스로 사외이사를 보낼 조직과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윤 교수는 "공기업 감사 선임도 정부와 청와대가 관여하면서 부작용이 많은데 사외이사까지 파견하면 보통 일이 아니다"며 "사외이사 파견은 국민연금이 공사로 독립하거나 운용위원회를 금융통화위원회 수준으로 격상한 뒤에 중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연금 운영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체제를 도입해 국민에게 연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국민연금과 같은 어항 속의 고래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도 칠레의 민영화 케이스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은 "과거 관치금융을 통해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국내 금융산업이 낙후됐다"며 "4대 금융회사의 최대주주로 국민연금이 등극한 지금,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정부에 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민영화까지 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현 교수는 "20세기엔 시장보다는 정부에 의존했지만,21세기에 들어와서는 정부보다는 시장으로 판도가 바뀌었다"며 "최근 대통령 직속 위원장들이 쓰는 용어들을 하나하나 보면 '21세기에 쓰는 말이 맞나'하는 의구심을 느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권과 정부가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돈으로 자신의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며 "국민을 고객으로는 생각했던 지난 정부의 386세대들보다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래는 준비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기획한다는 이름에서부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연기금 의결권 확대를 주장한 미래기획위원회를 꼬집었다.

윤 교수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하지만 애초부터 부결될 안건을 올리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 정부의 주장은 공항 검색대에서 하루 종일 한 건도 걸리지 않는다고 검색대가 고장 났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조재희/김동욱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