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출해줄 곳을 찾기가 힘듭니다. "

모캐피털사 임원은 최근 대출 영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다수 사람들이 대출을 받고 있어 한도 외 '추가 대출'이나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돌려막기' 용도의 대출 외에는 신규 영업이 힘들다는 것이다.

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가계부채 '뇌관'이 카드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에서 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에 이어 경기마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저소득 · 저신용층부터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카드에서 가계부실 시작되나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2003년 카드대란이 국내 금융시장에 극심한 혼란을 가져왔는데 최근 카드시장이 다시 과당 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2금융권부터 가계부채에 따른 부실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카드 부문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실적은 24조9000억원으로 5년 만에 3배 넘게 커졌다. 카드론은 은행권 여신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부실의 '연결 고리'가 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다.

◆저신용자 카드 발급 급증

카드 이용자의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지난해 개인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층의 카드 발급이 104만장으로 1년 만에 62.5% 급증했다.

개인신용등급 7~10등급자는 보통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사람들이다. 신용등급이 7등급인 사람은 지난해 말 356만명으로 신용평가를 받는 인구(3912만명)에서 9.11%를 차지한다. 8등급은 214만명 5.48%,9등급은 98만명 2.51%,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10등급은 58만명 1.50%이다. 현재 연체 중이고 장기간 연체한 경험이 있는 사람,대부업체와 거래가 많은 사람들은 9~10등급자가 된다.

금리가 연 15~25%인 카드론이 확대되면 신용등급이 우량한 고객도 이자 부담이 커져 저신용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문제는 카드론의 이용 과거 생활자금 용도가 많았다면 최근엔 빚을 갚는 데 주로 쓰인다는 점이다. 빠르고 간편한 카드론을 통해 빚을 늘리다 보면 순식간에 개인신용등급이 떨어져 저축은행 캐피털의 빚을 지게 되고 결국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려 저신용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카드사 과당 경쟁도 문제

A카드사 사장은 최근 "카드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용판매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아 이자마진이 많이 남는 카드론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지나친 경쟁이 저신용층 고객 확대와 대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저신용자의 카드 보유 개수도 1분기 만에 부쩍 늘었다. 1인당 신용카드 보유 개수를 살펴보면 7등급은 2.63장에서 3.04장으로 늘었고 10등급도 2.03장에서 2.56장으로 증가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