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무리한 PF 축소, 건설사 위기 불러
저축은행별 총 여신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7월1일부터 25% 이하로 낮추라는 금융당국의 규정이 건설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금융당국에 해당 규정의 유연한 적용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당국은 "(저축은행) 청문회 이후에 논의하자"며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삼부토건에 이어 15일엔 동양건설산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의 PF 대출금 4270억원을 삼부토건과 절반씩 떠안고 있는 이 회사 역시 자금사정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법원행을 선택했다.

최대 채권자인 신한은행 관계자는 "삼부토건과 법정관리 철회를 논의하고 있는 중에 동양건설이 돌연 법원으로 갔다"며 "헌인마을 공동 시공사인 동양건설이 삼부토건과 공동운명체이긴 하지만 PF 연장 협상 중에 이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삼부토건의 법원행을 부른 핵심 요인은 저축은행들의 담보 요구였다. 상당한 담보를 잡고 있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솔로몬 현대스위스 등 저축은행들은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저축은행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 규모를 무조건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담보도 없이 대출 연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감독규정 및 세칙에 따르면 작년 9월 3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한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비율을 올해 7월1일부터 25% 이하로 낮추고,2년 뒤인 2013년 7월엔 20% 아래로 끌어내려야 한다. 12조2000억원에 달하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을 줄여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당국의 의도가 반영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공백기에 저축은행들이 여신 회수에 나서면서 건설사들의 법정관리가 이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국은 저축은행 관련 청문회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류시훈/조재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