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아닙니다. '사업적 안목'을 지닌 프로그래머죠."

추현승 · 조광수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융합의 부재'라고 입을 모았다. 두 교수는 사람과 기계 또는 서로 다른 기계들이 소통할 수 있게 돕는 일종의 '외국어 통역기'인 융합형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가다. 이들은 "기술에만 의존한 제품은 수명이 짧을 뿐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며 "인문학 · 경영학적 소양을 가진 프로그래머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흔히 천재 프로그래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경영자'에 가깝다는 게 두 교수의 평가다.

조 교수는 "코딩(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기계언어를 나열하는 것)기술 측면에서 보면 페이스북은 평범한 작품"이라며 "주목할 것은 저커버그가 사업 초기부터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관리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의 중요성을 인지했다는 얘기다.

성공의 배경에는 '융합교육'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연구원 시절 재직했던 미국 카네기멜론대의 경우 예술,경제,정치 등 거의 모든 전공 강의실에서 컴퓨터공학과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며 "팀 프로젝트를 할 때도 반드시 타 전공 학생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도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다.

우리나라 현실은 정반대다. 추 교수는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들은 코딩에 매달려 밖에 잘 나오지도 않는다"며 "그 결과 기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제품만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초기 소셜네트워크(SNS)시장을 개척했지만 사업을 확장하지 못했던 국내 벤처기업의 실패 원인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프리챌은 시장 조사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확립 없이 유료화 서비스를 추진했다가 소비자에게 외면당한 대표적 사례"라며 "CEO의 경영 마인드 부족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답은 뭘까. 조 교수는 전공과목들을 물리적으로 결합시키는 억지 융합이 아닌 제대로 된 융합교육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픽(주제) 기반 교육이 대표적 예다.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들에게 '회계'라는 주제를 던지고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는 식이다.

코딩기술을 익혀야 할 뿐 아니라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융합적 사고를 갖게 된다. 추 교수는 "기껏해야 워드,엑셀 등 응용프로그램 활용 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프로그래머를 양성할 수 없다"며 "직접 프로그램을 만드는 교육을 중 · 고등학교부터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