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의 국내 가격은 미국보다 35만원가량 비싸다. 출고가 기준 94만6000원인 이 제품의 미국 내 판매가는 550달러(60만원).그런데 소비자들이 이동통신회사와 월 4만5000원에 2년짜리 약정을 맺으면 2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애플의 아이폰4도 미국 내 출고가 699달러(76만2000원)보다 18만원가량 비싼 94만6000원에 판매된다. 통신사와 약정을 할 경우에는 20만원 안팎에 살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한 유통구조에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높은 출고가, 다단계로 제공되는 보조금 및 할인 혜택에 불공정 거래행위가 없는지,가격 인하 여지는 없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업계는 특히 공정위의 발길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보조금'으로 묶인 4각 동맹

제조업체가 이동통신사의 자회사에 넘긴 제품은 다시 도매상인 '대리점'에 넘어간다. 대리점은 소매상인 '판매점'에 제품을 위탁판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종 보조금 지원과 할인이 이뤄져 실제 구입가는 출고가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진다.

출고가 95만원짜리 스마트폰의 경우 실제 보조금은 75만원 정도다. 2년짜리 약정을 맺으면 이통사는 통신요금 할인 명목으로 총 36만원을 지원한다. 매월 1만5000원씩 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기기 보조금이다. 여기에 구매보조금(할부지원금)이 16만원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이통사 · 제조업체 · 대리점이 각각 판매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판매보조금)'가 가세한다. 판매점은 이 리베이트로 재량껏 가격을 내려 할인 판매를 한다. 요즘 리베이트 수준은 기기당 23만원.소비자가 이 금액만큼 할인을 받으면 출고가 95만원짜리 스마트폰 가격은 20만원으로 떨어진다.

이런 구조에서 가장 변화가 심하고 불투명한 단계가 바로 리베이트 부문이다. 이통사 본사와 지역본부 등은 통상 '정책'으로 불리는 회의를 1주일에 두세 차례 열어 리베이트 금액을 조정한다. 집중 지원하는 이른바 '전략제품'도 선정된다. 이통사는 이때 제조업체에 'Co-Work(공동작업)'란 명목으로 자금 지원을 요구한다. 제조사 입장에선 이통사가 집중적으로 미는 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이통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제조업체는 이것 외에 구매보조금도 별도로 내고 있다. 업계는 이런 구조와 관행이 제조사의 높은 출고가격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보조금을 매개로 제조사-이통사-대리점-판매점 간 4각 동맹구조를 당국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규제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싼 요금제' 불가피한가

출고가가 높아도 실제 소비자들이 싸게 구입할 수만 있다면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각종 명목으로 할인을 받은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에 '볼모'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보조금은 대개 할부 금액에서 일정액을 차감해주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때문에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해지할 경우 수십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 또 보조금이나 리베이트는 소비자들을 비싼 요금제로 몰아넣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기도 일대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나 비싼 요금제에만 리베이트가 몰린다"고 귀띔했다.

대리점 수익구조도 비싼 요금제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대리점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이용료 가운데 6.8%를 4~5년간 받는다. 판매 마진은 7000~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을 비싼 요금제에 가입시켜야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