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뛰는데 예산은 고정돼 있으니 어쩌겠습니까. 인력을 줄이는 수밖에 없죠."(서울 강동구 A초등학교 B 영양사)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 1~3학년에 대해 전면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한 지 한 달이 됐다. 예산 부족과 급식 질 저하와 같은 우려가 일부 현실화되는 가운데 일선 학교들은 예산을 맞추기 위해 급식 관련 인력을 감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무상급식이 오히려 저소득층 고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545개 공립 초등학교에 배치된 조리종사원 수는 총 3121명이다. 작년 말 3262명에서 141명(4.5%)이나 줄었다. 지난해에 비해 전체 학생 수가 1만6000명가량 줄었기 때문에 배치 기준에 따라 조리원들을 감축했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청의 조리원 배치 기준은 학생 200명당 1명이다. 학생수가 1만6000명 줄면 조리원은 80명이 줄어야 하는데 실제 해고된 인원은 이보다 60명가량 많다.

일선 학교에서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B 영양사는 "유상급식을 할 때는 학교와 학부모 심의를 거쳐 예산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지만 친환경 무상급식 이후 용도가 엄격해져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올 들어 물가가 많이 올라 지난달 조리원 한 명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올해 급식비로 한 끼당 2457원을 책정했다. 급식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이 비용 가운데 식품비가 1892원 이상이 되도록 했다. 급식비에 포함된 우윳값 330원을 보태면 2222원이다. 구청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더한다 해도 인건비와 관리비로 쓸 수 있는 돈은 많아야 한 끼당 400원 남짓이다. 서초동 C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마다 사정이 다른데도 예산을 엄격하게 제한해 급식 관련 인원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벌이진다"고 전했다.

올해 조리원 연봉은 1397만5000원(세금 공제 전)으로 책정돼 있다. 학교마다 10여명씩 배치돼 배식을 돕는 배식도우미는 시간당 5000원 정도를 받는다. 각 학교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인건비를 아끼다 보니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역설적인 현실이다.

학생수가 많은 강남 · 서초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인원 감축도 많다. 개포동 D초등학교(학생수 900여명) 영양사는 "무상급식 시행 후 끼니당 인건비가 100원 정도 줄어 조리종사원을 6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며 "14명이던 배식도우미도 차츰 줄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데도 무상급식을 강행한 서울시교육청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무상급식으로 인한 인력 감축 통계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급식 관련 인력이 줄어들면 식사의 질과 서비스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급식 지원에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결국 준비되지 않은 무상급식이 학부모의 부담만 키우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강현우/양병훈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