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질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 가격 다 죽으란 소리입니다. "

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이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2'에 쓴소리를 날렸다. 글로벌 태블릿 시장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부회장은 25일 경기 김포 팬택공장에서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애플이 지나치게 가격을 낮춘 아이패드2를 선보였다"며 "형성 단계에 있는 태블릿 시장을 초기에 독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초기에 (가격이 싸서) 좋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종의 다양성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이달 초 두께와 무게를 크게 줄인 아이패드2를 발표하며 '와이파이(무선랜) 16기가바이트(GB) 모델'의 가격을 기존 아이패드와 똑같은 499달러로 책정했다. 박 부회장은 "저런 원가는 삼성전자도 고민할 것"이라며 "하지만 팬택도 시장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전략을 가다듬어 올해 안에 태블릿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부품 수급 문제는 아직 큰 영향이 없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휴대폰은 나사 한 개만 없어도 문제가 생긴다"며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3개월 이상 장기로 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대부분 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고를 한두 달 정도만 갖고 간다"며 "대부분 업체가 비슷한 상황이고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부품 수급처를 이원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자체 운영체제(OS) '바다'에 대한 지속적 관심도 드러냈다. 박 부회장은 "바다는 잘 만든 OS"라며 "아직 여력이 없어 못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개방해 준다면) 바다 OS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전략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휴대폰 출고가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타당한 부분도 있으나 그동안의 거래 관행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택은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휴대폰 1100만대를 판매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14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국내 제조사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지키고 매출 3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팬택은 예정대로 올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할 계획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