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하그로브 하버드대 교수는 '경영자 코칭 분야의 학장(dean of executive coaching)'으로 불린다. 비즈니스 코칭 방법론의 하나인 마스터풀 코칭의 창시자로,미국 컨설팅업체 링키지가 1999년 인사담당 전문가 10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경영자 코칭의 최고 전문가로 선정됐다.

하버드대 리더십 프로젝트 소장을 지내고 현재 연구교수로 있는 그가 최근 한국을 찾아 김재우 사단법인 한국코치협회 회장과 비즈니스 코칭에 대해 토론했다. 한국코치협회는 2003년 설립된 전문 코치들의 비영리 단체다. 김 회장은 작년 초 제3대 회장으로 취임했으며,현재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토론은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의 사회로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3층 한경아카데미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하그로브 교수는 김 회장과 자신이 비슷한 점이 많다며 직접 흉내를 내기도 해 대담 전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토론은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1시간20분 동안 이어졌다.

▼권영설 원장=비즈니스 코칭이란 무엇인가.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로버트 하그로브 교수=사람들은 코칭을 치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코칭은 소파에 환자를 눕혀두고 대인 관계,인생 목표에 대해 얘기하는 치료가 아니라 성공을 이루도록 돕는 것이다. 코칭을 통해 잠재된 능력의 10배 이상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대기업,공공기업에서 퇴직한 이들이 중소기업을 코칭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인들이 더 많이 코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재우 회장=2006년 여름 당신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난 당신이 소개한 불가능한 미래(impossible future)라는 개념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하그로브 교수=불가능한 미래는 목표를 설정할 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연 10%를 성장하려 한다면 코칭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1년에 45~60%씩 커지기 위해선 불가능한 미래를 설정하고 코칭의 도움을 받아 그것을 좇아야 한다. 코칭을 하는 이유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불가능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하그로브 교수=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것,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공산주의가 무너진 것 등 인류의 큰 성과는 처음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었다.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보면 북한이 무너지는 것도 불가능한 미래로 여겨질 것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10년 안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언젠가(someday)가 아니라 명확한 시점을 정했다. 그렇게 했기에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도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자 나라' '강한 나라'라는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한 덕에 지금의 한국이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로선 불가능한 미래였지만 지도자가 그렇게 이끌었기에 8대 무역강국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김 회장=한국은 과거 몇몇 리더들을 따르면서 성장했다. 지금 한국은 그같이 불가능한 미래를 추구할 리더가 많지 않다.

▼하그로브 교수=삼성 현대 LG와 같은 한국의 대기업들은 강한 리더와 훌륭한 전략 등을 갖추고 있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기업가 정신이 돋보였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선 종업원들이 리더를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빌 게이츠,스티브 잡스,리처드 브랜스,마크 저커버그 등은 모두 대학을 그만둔 사람들이다. 그들은 안전한 길로 가지 않고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추구했다.

▼김 회장=한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마치 '게가 자신은 옆으로 가면서 남에겐 바로 가라'고 하듯이 종업원에게 혁신을 요구한다. 그래서 리더에 대한 코칭이 필요하다.

▼하그로브 교수=삼성 현대 LG 등은 제조업체다.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할리우드 영화산업과 뮤직스토어를 아이폰과 연결시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게임을 바꿔버린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이 진정으로 혁신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선 리더들이 조직에 대한 마인드를 재정립해야 한다. 그들을 둘러싼 기업 생태계부터 스스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권 원장=티칭과 코칭의 차이는.

▼하그로브 교수=티칭이 제공하는 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 그것은 교실 안에 있고,이론적이다. 그러나 코칭은 교실 밖에서 진정한 목표를 조언해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것이다. 성과를 내려면 과거에 해오던 방식으로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

▼권 원장=한국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하그로브 교수=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한된 환경 속에서 목표를 설정한다. 차를 갖고,여행을 가는 것 등이다. 하지만 그들은 더 큰 능력이 있다. 코칭은 사람들이 꿈을 갖고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도록 돕는다.

정리=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