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의 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통일아일랜드당이 압승을 거두며 정권이 교체됐다. 경제난과 재정위기 등으로 민심은 여당에 등을 돌렸다. 최장수 하원 의원인 엔다 케니 당수(60 · 사진)가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아일랜드타임스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현재 전체 166석 가운데 154석이 확정됐다. 이 중 통일아일랜드당이 70석을 차지했다. 노동당은 36석을 얻었고 공화당은 18석에 그쳤다. 1920년대 아일랜드 내전 당시 탄생한 공화당이 총선에서 제1당의 지위를 내준 것은 1932년 이후 처음이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아일랜드에서는 다수당 당수가 총리직을 맡는다. 케니 당수는 오는 9일 하원 개회와 함께 총리직을 이어받는다.

여당의 참패는 경제난과 재정위기,이에 따른 외부 구제금융에 대한 반발 등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분석했다.

통일아일랜드당은 선거 과정에서 구제금융 협상을 다시 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EU 구제금융 자금에 대한 이자(연 5.8%)가 너무 높아 이를 낮춰야 한다는 논리로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이에 따라 통일아일랜드당이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키면 곧바로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케니 당수는 1975년부터 지금까지 37년째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최장수 하원 의원이다.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하원 의원이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