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공동 창업자인 천양현(45)이 돌아왔다. 인터넷 1세대인 그가 한게임재팬을 설립하러 2000년 일본에 건너간 지 10여년 만에 한국 시장에 복귀했다. 한게임재팬을 일본에서 가장 큰 온라인게임회사로 키웠던 그는 이번에는 교육 서비스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최근 한국에 코코네코리아를 설립하고 코코네일본어의 공개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10년 전 옛 꿈에 도전

천 대표는 일본에선 '온라인게임의 전설'로 통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 9월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4년 만에 당시 일본엔 존재하지도 않던 온라인게임이라는 새 시장을 만든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2009년 초 NHN재팬 회장직을 그만두고 일본에서 벤처기업 코코네(Cocone)를 창업했다. 코코네코리아는 코코네의 한국 법인이다.

정상의 자리에서 그는 왜 내려왔을까. "10년 전 꿈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하고 싶었던 언어교육사업을 꼭 해보고 싶었죠."

그가 말하는 10년 전 꿈은 뭘까. 천 대표는 일본 게이오대 정책미디어대학원에서 인지언어학을 전공했다. 언어의 미묘한 차이가 사회와 문화 현상에 미치는 영향,외국어 학습에서 모국어가 간섭하는 현상(모국어가 걸림돌이 되는 것)에 관심을 가져왔다. 게이오대학원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언어교육 관련 사업을 꿈꿨다. 1999년 어머니의 병환으로 귀국했고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김범수씨(현 카카오 사장)를 만나 한게임을 창업했다.

천 대표는 2000년 일본 시장 공략을 책임지고 일본에 돌아가 한게임재팬을 만들어 성공을 거두게 된다. 천 대표는 그러나 게임 사업을 하면서도 교육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NHN재팬이 현지에서 완전히 자리잡는 것을 확인한 뒤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하고 싶었던 그 일을 하자."

◆한 · 일 문화 교류의 다리를 놓고 싶다

코코네는 마음의 소리라는 일본어 '코코(心音)'에 '네트워크'를 합성한 말이다. 어려워도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겠다는 그의 다짐이 담겨 있다.

코코네는 지난해 일본에서 소셜 기능을 접목한 영어 교육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동영상 강좌 중심의 영어 강좌 사이트가 아니었다. 러닝스페이스,커뮤니티 스페이스,유징 스페이스 세 가지 코너로 나뉘어 있다. 러닝스페이스에서는 가벼운 퀴즈나 게임을 하듯이 영어를 공부할 수 있고, 커뮤니티 스페이스에서는 회원끼리 정보를 나눌 수 있다. 핵심은 유징 스페이스다.

유징 스페이스는 그 동안 온라인 학습 사이트에서 불가능했던 대화 상대를 만나게 해 준다. 코코네는 한국어에 관심있는 일본인과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한국인을 연결해준다. 그들이 사이트에서 만나 채팅을 하고 화상대화도 한다.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상대방과 함께 대화를 하며 연습한다.

유징 스페이스는 아직 한국 사이트에서는 오픈하지 않았다. 조만간 일본에서 한국어 배우기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이 사이트에 들어오는 일본인과 코코네 일본어에 들어오는 한국인을 연결할 계획이다.

그의 꿈은 단순히 어학 교육이 아니다. "대화를 하면 장벽이 낮아집니다. 일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그들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사라질 겁니다. 일본인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면 우리가 더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지고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 소셜러닝

social learning.외국어학원 수강생끼리 외국어로 대화하며 실력을 키우는 것처럼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교육 방식.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지인들끼리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닝은 전문 강사의 동영상 강의를 일방적으로 서비스하지만 소셜러닝은 수강생들이 소통하며 실력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