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이버시티 매니지먼트(diversity management)'에 본격 나선다. 다이버시티 매니지먼트(다양성 관리)는 여성과 외국인,장애인,신세대 근로자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받을 수 있는 '마이너리티 직원'들이 차별받지 않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경영활동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7일 "최근 다이버시티 매니지먼트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활동에 들어갔으며 올해 이를 상설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과 외국인 등의 근무여건 개선은 물론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업경쟁력 강화로 연결시키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삼성은 또 장기적으로 다양성 관리를 담당할 최고책임자인 CDO(chief diversity officer)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여성,외국인,신세대 급속도로 증가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다양성 관리에 나선 것은 직원들의 급격한 인적구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국내외 사업장의 전체 임직원 수는 15만7000여명이며,이중 여성직원은 6만1900여명으로 40%에 육박한다. 또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외국인은 절반 가까운 7만2600명에 이르고 있다.

여성 외국인과 함께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인력은 신세대 근로자다. 삼성전자 전체인력 중 20대 신세대는 8만6779명으로 전체의 55%에 달했다. 반면 그동안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었던 40대 이상 비중은 11% 수준에 그쳤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전체 직원은 19만여명으로 늘었으며 이중 외국인 비중은 50%, 여성은 40%로 추정된다.

이 같은 인적 구성의 변화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력 관리기법을 요구하게 됐다. 삼성은 이를 위해 현재 인사팀 실무진 중심의 태스크포스를 연내 상설화해 본격적인 다양성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는 임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며 "상반기 중 가시적 성과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TF의 주요 활동은 현재 7%에 불과한 여성간부 사원의 확대방안,본사 근무 외국인 직원 증가에 대비한 제도정비,여가와 일을 함께 추구하는 신세대들에게 맞는 기업문화 조성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또 장기적으로 '다양성 관리'를 전담할 다양성관리 CDO를 두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2011년 한국기업의 주요 경영이슈'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기업에 요구되는 것은 창의성 확보를 위한 투자확대이며,그 핵심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제도와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다양성 관리는 방어 아닌 공격경영

해외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다양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P&G는 "다양성은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빼놓을 수 있는 경영전략"이라는 방침에 따라 2002년 이를 총괄하는 '글로벌 다이버시티 오피스'를 신설했다. 세계 각지의 거점에 다이버시티 매니저를 배치하고,직원 평가와 승진에도 '다양성 존중'을 반영하고 있다. GE는 '다양성 지표'를 만들어 여성과 소수 인종의 비중을 관리하고 있다.

다이버시티 매니지먼트는 처음에는 인력 다양화로 인해 일어나는 성차별 또는 인종차별에 대한 소송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적 소수가 갖고 있는 독특한 창의성을 경영에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력 다양성을 통해 창조적 시너지 효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거 IBM은 아시아인,흑인,히스패닉,장애인,여성,GLBT(게이 · 레즈비언 · 양성애자 · 트랜스젠더) 등이 자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지원함으로써 중소 규모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