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 불안의 주된 요인은 농산물 가격 상승이다. 농산물 가격 급등은 그 자체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농산물을 재료로 한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업종 등 개인 서비스 요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한파 등 기상 여건 악화가 농산물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며 가격이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현상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신흥시장국 인플레이션 현황과 정책대응'보고서에서 "농산물 가격 상승의 배후에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꼽은 식품가격 상승의 첫번째 구조적 요인은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수요 증가다. 중국의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2000년 31.2㎏에서 지난해 37.1㎏으로 늘었다. 닭고기 소비량도 같은 기간 7.4㎏에서 9.3㎏으로 늘었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 낸 보고서에서 우유 계란 육류 생선 등을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인도 인구가 지난 5년간 2억2000만명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폭우 가뭄 등 기상 이변으로 농산물 수확이 감소하는 일도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세계 곡물 생산량이 21억8750만t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22억3120만t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북동부 지역의 가뭄,호주의 홍수 등 주요 곡물 산지의 기상 이변이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다. 반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세계 곡물 소비량은 22억4440만t으로 같은 기간의 생산량을 5690만t 초과할 전망이다.

투기성 자금의 유입도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국제 옥수수 시장에서 비상업용 자금의 선물 순매수는 지난해 12월 말 48만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밀 관련 매매도 지난해 12월 순매수로 전환돼 월말까지 순매수 계약이 2만7000건으로 늘었다.

노진영 한은 해외조사실 과장은 "공급 측면의 불안에서 시작됐지만 수요 증가가 뒷받침되고 투기성 자금까지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