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대 서울변호사회장 선거에서 '로스쿨 변호사 수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건 '청년변호사'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나승철 변호사(34 · 사법연수원 35기).나 변호사는 경쟁자인 최정환(50 · 18기) 정태원(56 · 15기) 오욱환(51 · 14기) 윤상일(55 · 9기) 조용식(51 · 15기) 김갑배(59 · 17기) 후보 등 6명에 비하면 아들뻘 변호사에 해당한다.

2009년 4월 개업한 3년차 변호사인 나 후보는 지난 21일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이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3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9%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오욱환 후보가 7.3%,조용식 후보가 6.3%로 각각 2,3위에 올랐다.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가 7500명이어서 여론조사만으로 나 후보의 당선을 점칠 수는 없다. 하지만 30대 변호사가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어서 '선거 흥행성'을 높이고 있다.

나 후보가 돌풍을 일으킨 것은 '생계형 공약'이 회원들의 표심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는 "이대로라면 변호사들이 어떻게 살 수 있느냐.오죽하면 내가 나왔겠느냐"며 짧은 경력을 오히려 이용했다. 나 후보는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 합격률 30%대 축소 등 로스쿨제도 전면 재검토 △고용변호사의 휴가일수 보장 및 퇴직금 철저 지급 △출산한 여변호사를 위한 대체인력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쏟아져 나올 경우 먹고살기조차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나 후보 때문인지 다른 후보들도 '청년변호사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나 후보의 공약이 집단이기주의를 대변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로스쿨생들은 변호사들이 집단이기주의를 앞세워 폐쇄적으로 나올 경우 정면 대응한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선거는 31일 치러진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