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27일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을 겨냥해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의 차기작을 선보이는 것과 함께 스마트폰에서도 기존 소니의 비디오게임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아예 플랫폼을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 개방해 버렸다.

업계에서는 그 동안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는 개방해 왔지만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PS)용으로만 접근해왔던 소니의 선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니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가벼운 게임 위주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대형화할 가능성도 커졌고 애플,닌텐도 등의 반격이 이어질 경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호되게 당한 소니의 궁여지책

1990년대 초 가정용 게임기 PS를 출시한 후 소니는 15년 가까이 비디오게임의 세계 제왕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2006년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와 차세대비디오게임기위(Wii)가 나온 뒤 소니는 급격하게 몰락했다.

소니의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는 닌텐도 Wii 보다 출시 시기가 늦어 선수를 빼앗긴데다 마이크로소프트에도 뒤졌다. 결국 2007년 소니는 1위에서 3위로 추락했다.

소니의 이번 결정은 지난 5년동안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에 호되게 당한 끝에 내놓은 궁여지책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소니로서는 잃을 게 별로 없는 절묘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궁지에 몰린 소니가 스마트폰 시장을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 닌텐도와 애플 모두 겨냥

소니의 이번 결정은 영원한 라이벌 닌텐도뿐 아니라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앞세워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는 애플도 겨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시장에서 소니와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판매는30~40%씩 줄어들었다. 4분기에는 판매가 이보다 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미 구글TV를 통해 구글과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소니는 게임 시장에서도 구글과 손잡고 공동의 적 애플에 정면 반격하려는 포석을 던진 셈이다. 구글 역시 소니의 유명 게임타이틀을 확보하게 돼 나쁠 게 없다. 소니는 이로 인해 ‘모바일 게임시장의 지형이 바뀔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과연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에서 소니의 게임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게임기시장에서는 도저히 승부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소니가 알게된 것 같다"며 "하드코어유저들에게 최적화된 소니의 게임이 라이트한 게임을 하기에 적합한 스마트폰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소니가 스마트폰용 모바일게임 시장에 전격 진출,국내 모바일게임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빠르게 대형화하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비해 영세한 국내 모바일게임업계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의문이다. 스마트폰용 게임 카테고리도 만들지 못하고 게임을 규제 일변도로만 접근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
은 완전히 뒤처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도쿄=박영태/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