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한국이 손잡고 제2,제3의 인천대교를 중국과 중동지역에 세우기를 희망합니다. "

로빈 바넷 영국 무역투자청(UKTI) 국장(58 · 사진)은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천대교는 영국과 한국 합작의 대표적 성공사례"라며 "두 나라가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과 중동 지역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대교 건설 과정에서 영국 에너지기업인 에이멕이 참여했다. UKTI는 영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과 영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정부 산하 기구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바넷 국장은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할 만큼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5억명 인구의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덕분에 교역량이 크게 늘어날 겁니다. 한국 기업들이 영국을 교두보로 유럽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하길 바랍니다. "

그는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고 있고 유럽 진출 외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친기업 정책과 우수한 노동력 및 기술 인프라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향후 4년 내 법인세율을 28%에서 24%로 낮추기로 함에 따라 영국의 투자 매력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법인세율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는 또 영국 투자를 준비 중인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런던 등 주요 도시에서 1년간 무료로 사무실을 임대해 주는 '터치다운오피스' 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외국 기업인이 현지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했다"며 "사무실 내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과 정보도 교환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성공 사례가 늘면서 한국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영국 기업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지난해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세계 13위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유럽시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FTA를 계기로 서비스 및 제조업을 비롯해 양국이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의 협력이 크게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1980년부터 영국 외무부에서 근무해 온 그는 지난해 주 루마니아 대사를 역임한 후 현재 UKTI에서 FDI 유치를 책임지고 있다. 동유럽 외교는 물론 '다자 외교통'으로 알려졌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한국이 이렇게 추운 나라인지 몰랐다"며 "이상한파로 영국에서도 내내 추위에 떨었는데 한국 날씨도 예사롭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한국이 예상했던 모습보다 훨씬 아름답고 선진적"이라며 "다음 방문 때는 따로 관광 일정을 잡아 서울 이외 지역도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