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당국자는 "천안함 ·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북핵 6자회담 재개의 직접적 전제조건은 아니다"고 26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6자회담 재개와 직접 관련 있는 조건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 추진을 사실상 분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언급은 6자회담 재개 조건과 수순에 대해 한 · 미 간의 조율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남북대화를 통해 북측이 천안함 · 연평도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런 정부가 남북대화와 6자회담 간의 '투 트랙' 전략으로 돌아선 것은 미 · 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미룰 수 없다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를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날 김 장관과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의 한 · 미 공조에 대해 "우리는 앞으로 북한이 핵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들과 진지한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며 "한 · 미 공조는 찰떡(sticky rice cake)과 같다"고 강조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또 "국제사회는 어떤 형태의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9 · 19 공동성명에 위배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UEP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예정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날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의 의제와 장소 등을 협의할 실무회담(예비회담)을 다음 달 11일 오전 10시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국방부는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등 책임 있는 조치 등이 있어야 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전제조건을 내세우거나 여러 대화의 순서를 인위적으로 정하려는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신뢰를 조성,서로 도발로 간주되는 행동들이 없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이준혁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