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洞)별로 자매결연을 맺자고 제안했더니 모든 기업들이 흔쾌히 '오케이(OK)'해서 내심 깜짝 놀랐습니다. 모두 사회공헌에 뜻이 있고 알게 모르게 이미 실천하는 기업도 많아 두 번,세 번 부탁할 일도 없었어요. "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59 · 사진)은 26일 관내 18개 동과 기업 · 단체들의 '사랑나눔 1사 1동(1社 1洞) 결연 협약'을 맺은 직후 "기대 이상으로 선뜻 나서준 기업들에 고맙다"며 이렇게 말했다.

1사 1동 결연사업은 종로구에 있는 기업들이 동별 주민센터와 손잡고 소외계층을 후원하는 나눔 프로그램이다. 자치구 차원에서 관내 모든 동과 입주 기업들이 한꺼번에 결연을 맺은 것은 종로구가 처음이다. 김 구청장은 "종로구에는 평창동,가회동의 부촌뿐 아니라 창신동 쪽방촌 같은 곳도 있다"며 "종로통을 중심으로 대기업 본사 등 오피스빌딩이 밀집해 있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했다"고 추진 과정을 설명했다.

코리안리재보험(이화동) 교보생명(숭인2동) 현대건설(가회동) 대림산업(무악동) LG서브원(명륜3가동) 하나투어(평창동 · 청운효자동) 롯데관광개발(창신2동) 재능교육(혜화동) 세인해운(사직동) 삼환기업(창신1동) 이마산업(종로1 · 2 · 3 · 4가동) 등 종로구에 사옥을 둔 주요 기업이 이 사업에 대거 참여했다. SC제일은행 본점(부암동) 우리은행 종로 영업본부(종로5 · 6가동) 농협중앙회 종로지점(숭인1동) 등 금융회사 지점과 새문안교회 사회복지재단(창신3동) 평동교회(교남동) 한국국제교육개발원(삼청동) 등 단체도 대열에 동참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말부터 기업을 섭외하는 일에 직접 나섰다. 그는 "가장 어려운 동네를 돕게 해달라고 자청한 기업도 있고,2개 동 이상 후원하겠다는 회사도 있었다"며 "아직 접촉하지 못한 기업이 많은데 호응이 워낙 좋아 18개 동 후원 기업을 금세 채웠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소외계층을 후원해온 기업들에도 정식으로 자매결연을 제안했지만 대부분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하겠다'며 고사했다"며 "참 감사하면서도 (널리 알리지 못해) 아쉽다"고도 했다.

김 구청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사회봉사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실행에 옮길 매개체가 없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종로라는 지역 사회를 고리로 삼아 유대감과 따뜻한 온정을 함께 나누는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후원 규모와 방식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소외계층을 돕고,신입사원 등 임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여서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김 구청장은 전했다.

김 구청장은 종로구에서 오랫동안 건축가로 일해오다 지난해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5기 구청장에 처음 당선됐다. 그는 "자매결연을 맺은 기업과는 소외계층 후원을 넘어 지역 문화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등 교류의 폭을 최대한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