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는 행복을 뿜어내는 마력 같은 힘이 있다는 것을 절감해요. 쇠락해가는 마을에 '미술의 옷'을 입혔더니 생기가 돌고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지더군요. 미술을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 작가들이 늘 고마울 따름이죠."

미술문화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한국화가 김춘옥 '마을미술 프로젝트' 추진위원장(65 · 사진).그는 25일 서울 인사동에서 성과 보고회를 갖고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를 높이면서 미술가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2009년 시작한 '예술뉴딜 프로젝트'가 많은 지역에서 미술의 꽃을 피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미술협회가 3년째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지역 작가와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미술 대중화를 유도하는 문화사업이다. 첫해 전국 21개 마을이 혜택을 봤다. 작년에는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15개 '미술마을'을 조성했다. 2년간 36개 팀에 소속된 400여명의 화가가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폐교와 장애인시설이 미술놀이터로,인적이 뜸한 길섶이 걷고 싶은 거리로 변신했고,외딴 마을에 미술 공간이 속속 생겨났다. 올해는 '해피마을미술프로젝트'라는 테마로 전국 11곳에 '행복한 미술'을 꾸밀 예정이다.

그는 "경산시청 이전으로 우범지역이 된 돼지골목에 '꿈,희망,이상,미래,추억'을 테마로 대형 조형물을 설치했더니 청소년과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고 설명했다. 충남 보은의 '속리산 도깨비 잔치' 프로젝트는 속리산 입구에 음악에 맞춰 춤추는 도깨비를 형상화한 '뛰어보자 폴짝',바람개비 800개로 도깨비를 제작한 '돌아라~야얏' 등 설치 작품을 만들어 관광지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군산 개항 111년을 맞아 진행된 '군산 111프로젝트'에서는 장미동 인근 폐철로 플랫폼을 활용한 설치 작품을 통해 일본 침탈의 역사를 미술로 보여줬다. 미술마을 사업은 벽화나 조형물 설치에서 벗어나 지역의 생태적 특성과 역사를 보여주면서 주민 유대 강화,애향심 고취,문화관광지 조성 등 효과를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화가인 그가 월급 한푼 받지 않고 이 사업에 앞장서는 이유는 뭘까. "저는 전통 한지 위에 인간과 인간,인간과 자연,자연과 자연이라는 관계성을 추구합니다. 마을미술 사업도 제 화풍과 맞아떨어지죠.전국이란 캔버스에 주민과 마을,마을과 마을,주민과 주민의 관계성을 수놓는 작업이니까요. "

그는 "조각,회화,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협업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며 "시설 개선이나 리모델링이 아니라 공공 집단예술이라는 점에서 미술의 새로운 한 장르"라고 얘기했다.

그는 이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정부와 지자체,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규모의 사업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인건비까지 작품 재료비로 쓸 정도니까요. 다행히 지자체들이 예산의 50~100%를 지원해주는 '매칭펀드'를 조성해줘서 보탬이 되지요. "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미술문화상(2007년),옥관문화훈장(2003년)을 받았으며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한국화여성작가회장을 지냈다. 지금은 한국미술협회 수석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